부채비율 GDP대비 35% 국가신용등급 올라도 독자신용은 제자리
“국가부채에 포함시켜야” 주장도
대한민국 공기업 재정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국가신용등급은 상향되고 있지만 국가가 최대 주주인 공기업의 신용등급은 제자리 혹은 하향조정되고 있다. 자산 규모로는 세계 최대 수준이지만 부채가 워낙 막대해 오히려 국가 재정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 상태에서 국가의 지원 없이 공기업들의 독자생존은 말 그대로 ‘언감생심’이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중앙 및 지방공기업의 부채비율은 GDP 대비(2007∼2011년 평균) 약 35.2%에 달한다. 미국ㆍ프랑스ㆍ영국ㆍ스웨덴ㆍ캐나다ㆍ뉴질랜드ㆍ일본 등 주요 7개국과 비교하면 일본만이 한국보다 높다. 이는 공공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국민 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말한다.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으로 인한 여파가 공기업에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무디스는 지난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1’에서 ‘Aa3’로 한 단계 올리면서 6개 금융공기업과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을 똑같이 ‘A1’에서 ‘Aa3’로 상향조정했다. 대상은 한국수출입은행, 기업은행ㆍ산업은행ㆍ한국정책금융공사ㆍ한국주택금융공사ㆍ한국장학재단 등이었다.
하지만 내용을 알고 들어가면 상황은 좀 다르다. 이들의 독자신용등급은 수출입은행 ‘ba1’ 기업은행 ‘baa3’, 산업은행 ‘ba2’, 한국정책금융공사 ‘ba1’, 한국주택금융공사 ‘ba1’ 등으로 현상을 그대로 유지했다.
독자신용등급은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신용등급이다. 국가의 영향력을 빼면 국제적으로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나마 이런 상황은 금융공기업에 한정된 것이다. 한국철도공사ㆍ한국도로공사ㆍ한국전력공사ㆍ한국가스공사 같은 비금융 매머드급 공기업들은 정부의 지급보증이나 포괄적인 법적 보호장치가 없어 정부의 전면적인 생존 지원이 보장되지 않으면 신용등급은 오히려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해 말 한국전력과 6개 자회사의 장기신용등급은 ‘A’로 유지하면서 독자신용등급은 일제히 ‘a-’에서 ‘bbb’로 강등한 바 있다.
S&P는 “한전이 연료비 상승을 가격 인상으로 연결하지 못했고 이는 전력수요 증가로 인해 자본 지출이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지난 5월 피치가 장기외화채권 신용등급을 한국 정부신용등급과 같은 ‘A+’로 평가했지만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채권을 통한 자본 확충이 필요한데 회사의 장단기 독자신용등급을 깎아내릴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공기업 부채를 국가부채 통계에 포함해서라도 강력히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공공기관의 독립성 확대나 민영화도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ㆍ한국전력공사ㆍ한국도로공사ㆍ한국가스공사 등 4개 기관 부채가 지난해 기준으로 공기업 전체 부채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4대강 사업, 경인아라뱃길 공사, 국외자원 개발 등 이들 기관이 최근 대규모 국책사업을 진행하면서 부채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윤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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