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커버스토리> 정부 오락가락·국회는 눈치보기…의약품 슈퍼판매 논란과 ‘복사판’
지난해 청와대와 과천, 그리고 여의도 국회를 뜨겁게 달궜던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 논란은 이익단체의 막강한 로비력과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 그리고 국회의 무책임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당초 논의의 목적이던 ‘소비자의 편의’는 외면한 채 의사와 약사, 그리고 유통업자의 적정한 갈라먹기로 끝나고 말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후피임약 일반의약품 전환 문제 역시 구조적으로 똑같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대 총선을 눈앞에 둔 지난해 말, 국회는 ‘약사법 개정안’이라는 원치 않는 뜨거운 감자를 떠안고 말았다. 약국에서만 팔 수 있던 소화제와 몇몇 가정 상비의약품을 슈퍼에서도 판매 가능토록 하는 이 법안은 의사와 약사 관련 단체, 그리고 소비자, 소매유통단체까지 뛰어든 복마전 그 자체였다.

상비약 슈퍼 판매를 처음 추진한 곳은 정부였다. 명분은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함이었지만, 약사에게 집중된 의약품 유통구조를 개선해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겠다는 속내도 숨어 있었다. 당시 정부는 이익단체의 로비에 밀려 없었던 일로 방향을 선회했다가 다음날 대통령의 질타에 다시 입장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연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문제는 다양한 입장을 가진 이익단체가 삭발과 낙선운동 같은 극단적인 무기까지 들고 나선 현안에 대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 역시 무기력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본회의 처리가 예정됐던 관련 입법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법안 처리 지연이 계속됐다. 당시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지방 약사의 막강한 여론 형성 능력과 영향력을 의식한 국회의원이 약사에게 불리한 법안 처리에 미온적인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종종 흘러 나왔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단체, 그리고 여론은 뒷전으로 밀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800명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2.2%가 일반약품 슈퍼 판매를 찬성한다는 결과 따위는 국회의원의 귀에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의약품 슈퍼 판매 논란은 최근 사후피임약 분류 문제의 전초전이었던 셈”이라며 “개선의 의지가 없는 정부, 이익단체 눈치보기가 급한 정치권, 그리고 자신들의 힘을 잘 알고 있는 이익단체를 누를 만한 여론 형성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