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지지율격차 좁혀야
단일화 협상 주도권 쥘 수 있어
민주 내심 ‘박원순식 단일화’ 꿈
대선 100일을 앞둔 10일까지도 박근혜-안철수 양강 구도가 여전히 견고한 가운데, 민주통합당 후보로 유력시되고 있는 문재인 후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 9일까지 당내 경선에서 누적 득표 ‘과반(50.4%)’과 경선 지역 10연승을 달성하면서 ‘문재인 대세론’을 확정지었지만 여론은 여전히 이번 대선 구도를 ‘박근혜 대 안철수’로 파악하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 민주당 당내 경선이 이미 종반전으로 접어들었고, 문 후보가 ‘대세론을 넘어 필승론’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 여론 다수는 민주당 경선을 ‘2부 리그’ ‘마이너 리그’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문 후보가 후보로 확정되는 순간, 문 후보 지지율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고 하고 있다. ‘컨벤션 효과’에 힘입어 문 후보가 안 원장의 지지율을 넘어설 것이란 설명이다.
12·19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말 그대로 깜깜이 선거다. 일찌감치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를 선출하고 대선 선거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야권은 안철수 원장의 등판마저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의 경선 결과도 일러야 돌아오는 일요일이 지나야 판가름 난다. |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가 실현될지는 여전히 미지수. 민주당은 중대 ‘분수령’으로 봤던 ‘광주ㆍ전남 경선’(6일) 이후에도 문 후보 지지율이 안 원장 지지율보다 낮게 나왔다는 점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민주당의 고민은 문 후보의 고민이기도 하지만, 후보의 성향에 따라 향후 대선 구도는 크게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안 원장과의 단일화를 위해서라도 문 후보가 민주당 후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후보는 ‘마지막 대권 도전’이라고 밝혀 양보의 여지가 없고, 김두관 후보 역시 지사직을 버린 상황이어서 범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에는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문 후보 역시 사석에서 입버릇처럼 “정권교체가 제 목표”라거나 “ (제가) 꼭 대통령이 안 돼도 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렇다고 제1야당의 대선 후보로 선정된 문 후보가 안 원장에 선뜻 후보 자리를 양보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최종 관건은 지지율로 좁혀진다. 문 후보가 민주당의 후보로 확정된 이후 1주일 이내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안 원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어느 정도까지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지다. 만일 문 후보가 안 원장의 지지율을 뛰어넘고, ‘박근혜-문재인’ 양자 구도에서도 문 후보가 ‘해볼 만하다’고 판단된다면 안 원장과의 단일화 협상을 민주당 주도로 이뤄갈 공산이 크다. 경우에 따라서는 안 원장이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선언을 하고, 링 밖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민주당이 가장 바라는 ‘박원순식 단일화’다.
그러나 문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 현재처럼 낮은 상태로 유지될 경우 민주당은 다소 불리한 입장에서 안 원장과의 단일화 협상에 임해야 한다. 그럴 경우 민주당 당원들의 반발에 대한 봉합, ‘불임정당’이라는 비난을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민주당은 경기도지사 후보, 서울시 후보를 내지 못한 바 있다.
한편 리서치앤리서치(R&R)가 지난 8일 안 원장과 문 후보의 단일화 지지율 조사(신뢰수준 95%)에선 안 원장(43.0%)과 문 후보(40.4%)의 차이(2.6%p)가 오차범위(±3.1%포인트)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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