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통계청이 12일 밝힌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우리나라 실업률은 3.0%다. 이 수치는 유럽 기준으로는 완전 고용상태다. 경기 둔화로 모든 실물경기 지표가 안 좋아지는데 고용지표만 예외다. 왜 이런 결과가 계속 나오는 걸까. 이 속에는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업률은 수입이 있는 일에 종사하거나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매월 15일이 속한 1주일 동안 수입이 있는 일에 1시간도 종사하지 못한 사람(실업자)의 비율이다. 이 기준은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안이다. 실업률 산정방식은 우리나라나 여타 선진국이 같다는 얘기다.
한국은행 출신으로 지난해 ‘한국경제의 미필적 고의’라는 제목의 경제서적을 낸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실업통계와 현실과의 괴리는 통계 작성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자영업과 농림어업 부문에서의 과다한 잠재실업자 존재, 실업급여ㆍ사회안전망ㆍ보육시설 미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한국경제의 구조적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씩 따져보자. 먼저 실업으로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의 함정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매달 나오는 실업급여 신청자수가 고용 여건 개선여부의 바로미터로 인식된다. 특히 미국에서 실업급여 신청자수가 늘어나면 경기회복의 신호로 읽혀 증시에도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는 아직 실업급여 제도가 무명무실하다. 때문에 주부나 취업준비생, 50대 퇴직자 등 구직단념자들이 통계청의 면접조사 때 일할 의사가 있다는 걸 굳이 밝힐 유인이 없다. 결국 취업할 의사가 있으면서도 ‘가사를 돌보고 있다’‘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다’는 식으로 대답하면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을 낮추게 된다는 것이다.
8월 고용동향에 나타난 우리나라 비경제활동인구는 1604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8만명이나 증가했다.
무급가족종사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실업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이나 식당, 가게 등에서 급여를 받지 않아도 일주일에 18시간 이상 일하면 취업자로 보기 때문이다. 8월 고용동향을 보면 무급가족종사자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7000명 늘어난 132만2000명이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은 것도 실업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50%가 되지 않는다. 여성들이 육아부담에서 벗어나 일자리를 찾아 나서면 실업률은 높아질 것이다.
의무 군복무도 실업률을 떨어뜨린다. 현역 군인이나 공익근무 요원은 노동가능인구에서 제외되고 군복무 대기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이런 지적에 대해 고용통계를 작성하는 정부는 상당히 억울해 한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5세 이상 인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게 정부의 해석이다.
또 비경제활동인구의 대부분이 중ㆍ고ㆍ대학에 다니는 학생, 육아 가사 활동을 하는 사람, 은퇴자이기 때문에 ‘일할 의사가 있는 데도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주장은 틀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황식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 국민이 체감하는 실업률 통계를 만들도록 지시했듯이 정부 내에서도 공식지표와 현실간 괴리를 인정하고 있다. 정부는 아직 현실에 부합하는 고용지표를 내놓지 않고 있다. 국제기준에 맞게 실업률 통계를 작성하고 있는데 굳이 새로운 지표를 만들어 혼란을 부추길 이유가 없다는 판단인 듯하다.
통계청은 “현재 ILO에서 위킹그룹을 구성해 실업률을 보완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 중”이라며 “국제 기준이 제시되면 우리나라도 그 기준에 맞춰 새로운 지표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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