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업체는 작년 3~9월 동광주택에서 매달 5억원꼴로 총 35억원의 운영자금을 빌렸다. 당초 연이자 5.5%에 1년 뒤 갚는 조건이었지만 올해 6차례에 걸쳐 차입금 전액의 만기를 1년 더 연장했다. 부영엔터는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부채총계(69억7100만원)가 자산총계(35억6800만원)의 배에 달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작년 매출액은 6억3200만원에 불과한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마이너스 20억6200만원과 23억2800만원을 기록했다.
채권자인 동광주택도 작년 영업이익(-283억4900만원)과 당기순이익(-222억8300만원)에서 모두 적자를 내는 등 실적이 좋지 않아 자본잠식 상태의 계열사에 자금을 빌려줄 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적자 업체가 손해를 무릅쓰고 자본잠식 업체에 돈을 빌려주는 비상식적인 거래는 부영그룹 오너 일가의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동광주택의 대표이사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고 이 회장의 배우자인 나길순씨가 감사를 맡고 있다. 부영엔터의 대표는 이들 부부의 막내 아들인 이성한씨다.
이씨는 지난 8월 자신이 100% 보유한 부영엔터 주식 2만주를, 모친 나씨가 최대주주인 부영그룹 계열사인 대화기건에 무상 양도하고 이 업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대화기건은 작년 매출액 137억6300만원에 영업익 20억3900만원, 순이익 18억4000만원을 올린 ‘알짜 계열사’다. 이 업체는 부영엔터의 최대주주가 된 이후 신주발행을 통한 유상증자로 부영엔터에 45억원을 지원했다.
운영자금을 대주다 못해 아들에게 알짜 계열사를 통째 넘겨준 셈이지만 증여세 등 세금은 납부하지 않았다. 부영엔터가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낸 부실회사라 상속세및 증여세법상 주식평가액이 한푼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영엔터가 사무실로 사용하는 서울 양천구 목동 건물도 그룹 계열사인 부영주택 소유다. 보증금 1억원에 연간임차료는 고작 1100만원이다.
이 업체는 또 작년 한해 부영주택을 상대로 해외홍보영상물 촬영과 기증사업 광고를 따내 매출 3400만원을 올렸다. 모든 계약은 경쟁입찰이 아니라 수의계약 방식으로, 대금은 현금지급 조건으로 수주했다. 한편 동광주택의 한 관계자는 부영엔터 대출 건에 대해 “이자는 제대로 내고 있다”면서 “당연히 갚아야 할 돈이고, 우리도 대여금 회수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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