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조동석 기자] 유로존 재정위기의 진원지 그리스. 이 나라 경제는 왜 이렇게 취약해졌나. 홍경식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 차장은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홍 차장은 “2001년 그리스는 유로존 가입 이후 표면적으로 황금기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취약성을 고려하지 않은 확장정책을 지속한 결과 경제 불균형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가입 전후 그리스 국채 금리는 독일 수준으로 하락했다. 단일통화인 유로가 도입되면서 유럽 각국의 국채는 같다는 믿음에 따라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은행 대출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아테네 올림픽(2004년) 개최를 앞둔 2003년부터 민간부문에 대한 신용공급이 크게 증가했다.
재정은 2001~2004년 사회보장비 지출 확대, 공무원 임금 증가, 올림픽 등으로 악화하게 된다. 이후 일시적으로 재정긴축 정책을 펼쳤으나, 2007년 6월부터 재정지출은 급격히 확대된다. 같은해 9월 총선을 앞두고서다.
완화된 금융환경과 확장 재정정책 덕에 그리스 경제는 2001~2008년 유로존 평균(연평균 1.8%)보다 높은 3.6%의 성장세를 지속한다. 소비중심의 국내 수요, 도소매ㆍ운송ㆍ숙박ㆍ음식업 등 관광관련 서비스업이 성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산업생산은 정체돼 있었다. 그리스의 명목 GDP(국내총생산) 대비 소비 비중은 유로존에서 가장 높고, 제조업 비중은 가장 낮았다.
급격한 자금 유입에 따른 호황으로 임금과 물가가 급속히 상승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취약했던 대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는 물가ㆍ임금 상승에 따른 대외 가격 경쟁력 약화로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될 때마다 환율을 대폭 절하시킨 바 있다.
하지만 단일통화 도입으로 환율 조정 메카니즘이 작동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유로존 내 수출입은 조정이 불가능하다.
홍 차장은 “그리스 위기는 경쟁력 약화, 주력 산업 취약에 따른 대외 불균형 누적에다 복지 확대에 따른 재정의 구조적 문제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리스의 위기극복은 유로존 잔류 여부를 떠나 장기적 목표에서 국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는 그리스인들의 의지가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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