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아트디렉터 무인양품 디자이너 하라 겐야 특별강연
내년 ‘하우스 비전 프로젝트’ 가동‘비움’통해 한국 미래주택 제시
집이 바뀌면 자동차·가구 등
연관 산업디자인도 변화 유도
“디자인은 ‘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일입니다. 앞으로 저는 ‘하우스 디자인’을 통해 고령화ㆍ인구감소ㆍ1인가구 증가 등 한국과 일본이 직면한 현실에서 가장 바람직한 주택 형태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일본기업 ‘무인양품’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하라 겐야 무사시노 미술대학 교수가 내년 3월 돌입할 ‘하우스 비전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미래 주택’을 제시했다.
2001년부터 생활용품 기업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하라 교수는 ‘아무것도 디자인하지 않는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의류부터 주방ㆍ사무기구까지 전체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7000여개 제품에 ‘비움의 미학’을 녹여냈다.
일본기업 ‘무인양품’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하라 겐야 무사시노 미술대학 교수가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헤럴드 디자인포럼 2012’의 프리미엄 세션 강연자로 나서 ‘디자인을 팝니다’는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
그가 이번에는 이 ‘비움’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집’ 으로 가져온 것.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헤럴드 디자인포럼 2012’의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이날 ‘디자인을 팝니다’는 주제로 디자이너의 역할, ‘무인양품’의 디자인 철학 등에 대해 설파했다.
특히 세계적인 건축가, 디자이너들과 함께 내년 3월부터 시작하는 ‘하우스 비전 프로젝트’를 자세히 소개했는데, “주택난과 함께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에서 주목할 만한 새로운 주택 디자인이 탄생할 것”이라며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인구 감소로 남는 학교, 상가 등의 내부를 개조하는 친환경적 작업”이라고 프로젝트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러한 그의 주택 철학은 ‘무인양품’에서 보여준 ‘노브랜드’ 주의와 맞닿아 있다.
하라 교수는 “화려한 색, 로고 등 ‘디자인’을 앞세운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무인양품은 ‘이대로도 괜찮다. 디자인하지 말자’며 고객들의 선택ㆍ상상의 폭을 넓혔다”면서 “하지만 ‘비움’은 ‘단순함’과는 다른 개념이며, 비우는 것은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고도의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신이 고수하는 ‘비움’의 디자인에 대해 “기본적으로 일본 전통 사상에 근거하고 있다”며 “한국 가구박물관에서 이와 비슷한 감성을 느꼈는데,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비움의 미학’은 오랜 세월 한국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디자인은 단순 치장에서 벗어나, 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며 “집이 바뀌면 그에 맞는 가구ㆍ자동차 등 다른 산업디자인도 또 한 번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불황 타개책으로 디자인의 중요성도 힘주어 말했다.
하라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번 포럼의 주제가 ‘디자인이 세상을 바꾼다’인데, ‘슈퍼 디자이너’한 명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며 “산업ㆍ문화적 의미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식량부족, 전쟁, 환경파괴 등 지구촌이 당면한 위기에 맞서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지성적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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