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까다로운 일본인들 “오이시” 연발
진출 5년만에 판매량 239% 늘어

대형마트 PB상품 출시 등 TF팀 구성
2017년 수출액 3000억원 달성목표


[도쿄=홍성원 기자] 일본 도쿄 시내에 있는 전국 최대 양판점 체인의 주류 판매 코너. 100여개 브랜드의 소주가 진열돼 있었다. 유독 한국의 진로 소주를 찾는 소비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매장 매니저는 “진로는 병 디자인부터 유럽 위스키 분위기가 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싼데도 찾는 소비자가 많다”며 “우리 양판점 자체적으로 내놓은 저가의 PB(자체브랜드) 소주보다 잘 나간다”고 했다.

이 주류코너에는 소주뿐 아니라 하이트진로가 만든 맥주와 막걸리도 비중 있게 배치돼 있었다. 매장에서 만난 미야케(34) 씨는 “일본 맥주는 향이 진하고 깊은 데 비해 한국 맥주는 깔끔하고 상쾌한 맛이 특징인 것 같다”면서 “주변에서 깔끔한 맛의 한국 맥주를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글로벌 종합주류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의 약진을 발판으로 미국, 호주, 몽골, 중국 등 ‘방사상’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의 일본법인인 진로(주)의 성과는 인상적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모니터(2009년 기준)에 따르면 진로(주)는 일본에서 주류업체 가운데 9위에 올라 있다. 세계 주류시장을 주름잡는 하이네켄, 버드와이저도 순위권에 들지 못하고 있다.

양인집 진로(주) 사장은 “일본 주류시장은 2007~11년까지 판매량 기준으로 94.18%가 줄었는데, 이 와중에도 진로는 239% 증가했다”며 “외국계 주류기업 중 톱10 안에 든 건 진로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소주ㆍ맥주ㆍ막걸리의 ‘트로이카’ 사업 포트폴리오가 힘을 발휘한 셈이다.

하이트진로의 수출국 가운데 일본의 비중은 70~80%가량. 진로(주)의 지난해 매출액은 235억엔(한화 약 3358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11억9000만엔으로 급성장 중이다.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맡기에 충분한 위치다.

이런 이유로 이 회사는 지난 5월, 양인집 사장을 해외사업총괄 사장으로 선임, 글로벌 사업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2017년까지 2011년 대비 해외매출 100% 성장을 목표로 삼았다. 수출액 3000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액의 18%를 담당케 한다는 것이다. 매년 20%가량 성장을 해야 달성할 수 있는 쉽지 않은 목표지만, 회사 측에선 일본을 비롯해 호주, 미국에서 맥주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맥주 입맛이 까다로운 일본 소비자들에게도 하이트진로의 ‘프라임드래프트’ ‘더 하이트-진로 드래프트’ 등이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몽골에선 하이트맥주가 1위를 달리고 있다.

양인집 사장은 “일본 대형마트 판매량을 보면 맥주로는 ‘아사히 슈퍼드라이’가 단연 1위인데, 2위는 ‘프리미엄 라거’로 우리가 만든 것”이라며 “하이트의 인지도가 높지 않아 아직 우리 상표를 달고 팔지 못하지만, 품질 면에선 결코 뒤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향후 전망이 밝다”고 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 시장을 좀 더 공고히 함과 동시에 다른 국가 공략을 위한 전략도 세우고 있다. 일본에선 막걸리의 인기가 다소 주춤하지만, 대형마트와 손잡고 PB상품을 내놓을 계획을 갖고 있다. 아울러 일본 내 소주업체 인수도 검토 중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중국과 베트남, 호주 등도 놓칠 수 없는 시장으로 판단하고 있다. 양 사장은 “호주는 전세계에서 1인당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로, 최근에 우리가 연간 35만상자의 맥주 수출 계약을 따냈다”며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세밀한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트진로는 1968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을 뚫어 전세계 6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며 “‘미국에 코카콜라, 맥도널드가 있다면 한국엔 진로가 있다’고 통할 만큼 식음료업계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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