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中企적합업종 선정 9개월…두부시장 대기업 횡포 되레 늘어”
[헤럴드경제=조문술 기자]“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된지 9개월이 됐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습니다. 이후 2개의 대기업이 두부시장에 새로 진입했고, 기존 대기업들은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며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게 현실이죠.”

구속력 없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무용론이 중소기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두부의 경우 지난해 11월 적합업종으로 선정됐다. 동반성장위원회는 판두부 시장에서 대기업이 철수하고, 포장두부는 당시 수준에서 사업확장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신규 진출도 당연히 금지됐다.

이후 9개월. 두부시장은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으며, 관련 중소기업 숫자는 점점 줄고 있다. 두부사업을 하던 CJ와 풀무원에 이어 대기업인 사조그룹, 아워홈 2개가 지난해 하반기 이 시장에 새로 들어왔다. 양사는 올들어 직접 생산에 나서고 있다.

포장용 두부는 풀무원, CJ제일제당 등이 대부분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최선윤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25일 두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된지 9개월이 지난 지금, 관련 대기업의 시장공세가 되레 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간(B2B)거래가 제외돼 논란이 있지만 소매시장 기준만 보면, 올 상반기 대기업 포장두부 점유율은 76.8%로 높아졌다. 포장두부 시장을 양분하는 풀무원과 CJ제일제당의 소매시장 점유율은 48.2%와 28.6%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1.6%포인트, 상반기에 비해서는 0.7%포인트 올랐다.

최선윤(56)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회장(강릉초당두부 대표)은 25일 “두부를 포함 적합업종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거의 지정 효과가 없다”며 “더구나 대기업들이 광고, 판촉활동을 강화하면서 중소기업들이 고사위기에 몰려 있다”고 전했다.

실제 두부 등 연식품 제조업체는 대기업 진출 전인 지난 2006년 2300개에서 6년만인 올 상반기 1600개로 30% 가량 감소했다. 또 대기업들은 포장두부가 아닌 두부소시지, 두부스테이크 등 두부 가공식품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와 함께 대기업의 교묘한 광고공세도 지속되고 있다.

예를 들면, 현재 모든 두부가 유전자변형(GMO) 콩을 쓰지 않는데도 “우리는 GMO콩을 쓰지 않는다”고 광고하거나, 콩기름을 넣지 않는데도 “기름을 넣지 않은 두부를 만든다”는 억지광고를 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납품(OEM) 중소기업 두부업체의 협동조합 탈퇴를 종용, 협동조합 존립 기반마저 흔드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부 지방조합의 경우 회원사가 줄어 도산 직전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은 독자적인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기업들의 이런 행위는 성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국 두부업체는 가족단위 기업으로, 10명 이하 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최 회장은 “두부는 대기업 제품이나 중소기업 제품이 모두 사람에게 이로운 건강식품”이라며 “대기업들이 ‘내 것만 좋다’고 광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체적으로 시장을 위축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적합업종이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대기업의 진정성 있는 동반성장 노력과 함께 시장점유율 조사, 추가 권고 등 사후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최 회장은 “정부가 적합업종 선정만 해놓고 사후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중소기업이 한 업종에서 뿌리를 내리고 50년, 10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freihei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