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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 무너지는 건설업…구조조정 중견 건설사 전반으로 확산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장기간의 주택 경기 침체 여파로 중견 건설사들이 잇따라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의 수술대에 오르며 건설업계 전체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통의 건설 명가는 물론 그룹의 지원을 받은 계열 건설사마저 주택경기 불황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러다 대형 건설업체만 남고 중견ㆍ중소업체들이 고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2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극동건설까지 포함해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건설기업 중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간 회사는 모두 21개사에 이른다. 워크아웃이 11개사, 법정관리가 10개사다.

시공능력 평가 기준으로 가장 순위가 높은 회사는 16위인 금호산업이며 벽산건설(28위)과 풍림산업(29위) 등 20∼30위권 회사가 6곳으로 가장 많다. 중견건설사의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신청은 특히 올해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벽산건설, 풍림산업, 삼환기업, 남광토건, 우림건설, 극동건설(이상 법정관리), 삼환까뮤(워크아웃) 등 7개사로 전체 구조조정 건설사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 중 5월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풍림산업을 제외하면 나머지 6개사가 모두 6월 이후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이 가운데는 1946년 설립된 중동진출 1호 삼환기업처럼 전통을 자랑하는 중견 기업은 물론 극동건설(웅진그룹), LIG건설(LIG그룹), 진흥기업(효성그룹), 금호산업(금호아시아나그룹)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그룹의 계열 건설사들도 결코 예외가 아니었다.

이처럼 구조조정이 중견 건설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데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경기 침체의 장기화 때문. 상위권 대형 건설업체들은 플랜트와 수처리 시설 등 첨단 고부가가치 건설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데다 해외 시장을 집중 공략해 국내 시장의 부진을 만회하는 실정이지만 중견 기업들은 사업 비중이 대부분 주택 부문에 쏠려 있어 주택 경기 침체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장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극동건설은 경기도 파주 당동, 용인 죽전, 대구 남산동 등에서 주택사업을 벌이다 미분양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여기엔 국내 PF 사업의 왜곡된 구조도 한몫했다. 보통 택지개발사업 시행자가 토지 매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시공사의 지급보증을 내세워 금융기관에서 PF 대출을 받는 것이 관행인데 사업이 실패하면 보증을 선 시공사가 고스란히 위험 부담을 떠안는 현실이다.

아울러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일부 기업 오너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도 중견 건설사 붕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웅진홀딩스는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 전날 다른 계열사에서 빌린 돈을 갚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모럴 해저드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며, LIG그룹도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직전인 지난해 2월 말∼3월 초 이 회사명의로 242억원대의 기업어음(CP)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는 결국 검찰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한 건설업계 전문가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건설업체 수가 지금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은 옥석이 가려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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