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도금을 하려면 금속 표면을 깎아내야 합니다. 이 때 산성물질을 사용하죠. 누차 안전을 강조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체계적인 안전교육을 한 적은 없어요. 교육이 의무인지도 몰랐고 인력이 부족해 안전 담당자를 두기도 힘듭니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한 금속 도금 업체 대표는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위험물질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영세업체로서 한계가 있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지난 달 27일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발생한 불산(불화수소산) 누출 사고 이후 일선 제조업체 사업장 내 각종 화학물질의 관리 실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영세한 중소업체의 경우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안전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제2, 제3의 불산 사태가 우려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 41조는 각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화학제품에 대해 성분과 위해성 여부, 취급 및 저장 방법, 사고시 응급 대처 요령, 누출ㆍ폭발 및 화재 시 대응법 등을 적은 물질안전보건자료(Material Safety Data SheetㆍMSDS)를 사업장 내 비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업주는 이 자료를 비치하고 정기적으로 그 내용을 작업자에게 교육하고 그 증거를 서류로 남기도록 돼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교육 증거 자료를 보고하게 돼 있을 뿐 실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현장점검은 따로 실시되지 않는다. 다만 MSDS 비치 및 교육 증거 자료가 있는지 여부가 안전사고 사후에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영향을 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영세업체는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다.
안전관리 인력도 부족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제 15조에 따라 근로자수가 50인 이상(조립금속제품 제조업은 30인)인 사업장의 사업주는 화학물질의 제조ㆍ사용ㆍ운반 또는 저장하는 과정에서 안전교육을 담당할 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지정하게 돼 있다. 50인 미만의 사업장은 안전관리자를 사업주가 겸임하도록 ‘장려’되는 수준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관련 업무만 전담하는 전임 안전관리자를 두도록 규정한 것과 대비된다. 위험물질을 직접 다루는 경우가 많은 2,3차 벤더 업체가 전문 안전관리자가 없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
영세업체의 경우 안전관리자가 있더라도 실제 위험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 안전관리자는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고등교육과정에서 관련 학과를 전공한 자 등으로 그 자격이 규정돼 있다. 고학력자들이 취업을 기피하는 영세업체의 경우 현장 근로자가 개인적인 학습을 통해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수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관련 학과 졸업생의 경우 전공 과정에서 현장 인턴과 교내 실습을 통해 이론과 실습능력을 겸비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 취직하려고 한다”며 “영세업체의 경우 현장근로자들이 축적된 경험을 통해 대처할 수 있겠지만 현장에서 사용되는 위험물질이 워낙 다양한 만큼 파편화된 경험을 체계적으로 연결 시켜줄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영세업체도 체계적인 안전관리 능력을 담보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온라인과 집체교육 위주로 이루어지는 안전관리자 직무교육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문화, 현장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