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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당할라”…지하철 꽃뱀 주의보
女승객 갑자기 남자 뺨 때리고
“성추행 당했다”지하철서 소란
옆에서 “만지는 것 봤다”맞장구

“신고 안 할테니 돈 달라”요구
진실논란속 인터넷 급속 퍼져


회사원 A 씨는 지난 18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출근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졸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한 젊은 여성이 A 씨의 뺨을 때렸다. “어딜 만져! 너 잘 걸렸다. 경찰서 가자”며 소리를 질렀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여자도 “이 남자 아까부터 수상했는데 만지는 걸 봤다”며 맞장구를 쳤다.

이 여성은 갑자기 크게 울기 시작했고, 승객의 시선은 모두 A 씨에게 쏠렸다. 이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한 아주머니가 “여성 둘이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안됐다. 아까 둘이 같이 타는 것도 봤다”며 A 씨를 옹호하며 경찰서에 신고했다. 여성 둘은 남의 일에 참견말라면서 욕설을 퍼부으며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경찰은 A 씨에게 “이런 꽃뱀이 많다. 이들은 성추행당했다며 ‘경찰서로 가자’고 한 뒤 경찰서 근처에서 ‘용서해주겠다. 정신적인 보상으로 돈을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아이디 ‘sic19**’가 18일 모 인터넷 카페에 ‘실화-남성들 필독’이란 제목으로 올린 내용)

남성이 지하철 꽃뱀 2인조 여성에게 성추행범으로 몰려 경찰서로 끌려가거나 돈을 갈취당하고 있다는 일이 진실과 거짓 사이라는 공방을 일으키며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3일에는 아이디 ‘lms9010**’가 지하철 꽃뱀에게 당했다면서 인터넷 카페에 이와 유사한 글을 올렸다.

이 글에 따르면 B 씨는 23일 아침 10시께 지하철 2호선에서 졸고 있었다. 갑자기 옆에 있던 여성이 뺨을 때렸고 ‘어딜 만지냐’며 소리를 질렀다. 옆의 다른 여성도 ‘내가 봤다’면서 증인을 해주겠다고 거들었다. 수법은 A 씨의 사례와 거의 유사하다.

이 같은 꽃뱀 루머가 급속히 퍼지면서 시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회사원 김모(30) 씨는 “꽃뱀 루머를 본 뒤부터 지하철에 사람들로 붐빌 때 두 손을 올리고 있고, 여성 옆자리에서는 잠을 자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루머가 퍼지면서 진짜 성추행 피해자가 꽃뱀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커졌다.

20대 여성 C 씨는 몇 달 전 서울지하철 3호선에서 D(20) 씨에게 성추행당해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D 씨는 조사 과정에서 C 씨가 꽃뱀이라고 주장했고, C 씨는 다시 한 번 큰 상처를 입어야 했다.

아직까지 경찰에 지하철 꽃뱀에 대한 사건 접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하철 수사대 관계자는 “현재 지하철 꽃뱀 루머가 급속히 퍼지고 있어, 사건이 일어난 18일 아침의 신고상황을 확인했다. 그러나 지하철 꽃뱀에 관련된 신고가 없었다.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상식 기자>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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