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 성장잠재력 확충과 여성의 역할-좌담회
여성 아직 ‘출산·양육의 벽’ 높아기업 채용때 기피경향 여전
성공 꿈꾸는 여성 결혼·출산 꺼려
일·가정 양립은 국가 차원 어젠다
학교서 창업활동 경험한 여대생
아이템 개발·상품화 적극적 사고
대학도 체계적 프로그램 마련을
“취업할 때 가장 좋은 ‘스펙’은 ‘남성’이라고들 합니다.”
선진국 부럽지 않은 국격을 쌓아가고 있다는 대한민국에서 여성 취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 먹는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여성의 참가율이 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증가해도 1인당 국민소득이 2796달러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출산, 육아 등 여성에게 지워진 짐은 너무도 많다. 무엇보다 가사는 여성의 일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한다.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의 연중기획 ‘신복지국가의 비전과 전략’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성장잠재력 확충과 여성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기 위해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여성 스스로도 직업에 대한 프로의식을 고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조언했다. 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의 필요성 등도 제기됐다.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기획한 시리즈‘ 신복지국가의 전략과 과제’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10월 주제인‘ 성장잠재력 확충과 여성의 역할’에 대해,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최정숙 여성벤처협회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
-사회(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일반 직장에서 발생하는 소위 ‘유리천장’ 현상 해소 방안은 무엇인가.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이하 김 장관)=누군가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1차적인 책임은 아직도 여성에게 지워진다.남녀가 육아와 가사를 함께 분담해 짐을 나눠지고 여성들이 과도한 부담감을 가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직장인으로 성공하고 싶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는 국가와 기업에 모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은 국가 차원의 어젠다가 되고 있다.
▶최정숙 여성벤처협회장(이하 최 회장)=지역별로 24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나 보육시설이 있어야 한다. 주말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여성이 직장에서 야근을 해도 편안하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이하 황 총장)=육아와 가사는 결국 여자가 해야 된다는 관념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이 문제다. 24시간 보육시설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맡기고 다시 데려오는 일을 여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 회장=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TV 드라마 등이 여전히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문제다.
-사회=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김 장관=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져 출산 등으로 직장을 떠난 여성을 다시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많은 능력있는 여성들이 일자리를 다시 잡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황 총장=대학 등에서 직업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직업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는 직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함이다.기업 인사담당자의 여성에 대한 편견도 있지만 대학에서도 ‘남성 중심적’으로 여겨져 여성들이 진출하지 않는 분야에도 나아갈 수 있도록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보니 창업 활동을 학교에서 경험한 학생들은 자신이 본래 갖고 있던 직장에 대한 관념을 깼다. 스스로 자신이 아이템을 개발하고 실제로 상품화한다는 생각을 가진 학생들도 있다. 예전에 비하면 여학생들도 취업에 대해 훨씬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좀 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사회=고학력 여성의 취업률도 여전히 미흡하다. 개선 방안은.
▶김 장관=채용권자가 여성 구직자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은 많이 깨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도 자녀 양육이나 출산의 벽 때문에 많은 기업이 여성의 채용을 꺼려하는 측면이 있다. 남성들도 자녀양육 참여를 원하지만 근로시간이 길어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나 기업이 이런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기업의 경우 밤 늦게 진행되는 회식문화만 바꿔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남성들도 양육을 권리라고 생각해야 한다.
▶황 총장=숙명여대의 경우 산ㆍ협력 프로그램 통해 학생들이 기업에서 실제로 일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에 합당한 학점도 부여하고 있다. 그것이 직업에 대한 학생들의 소명의식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최 회장=여성의 직업에 대한 태도를 여성 스스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남자 직원은 배수의 진을 치고 일을 하지만 여성의 경우 쉽게 포기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면 이후 여성 직원을 뽑지 못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직장 초기의 경우 봉급이나 육아 비용이 비슷하지만 직장생활을 계속하면 보육비는 비슷한 반면 연봉은 올라가게 된다. 자아성취 측면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향후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여성 직장인들이 인식해야 한다.
또 여성 관련 직종이 다양한 데도 우리나라에 그런 면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부재하다. 관련 프로그램을 늘리고 투자ㆍ개발해야 한다.
<정리=하남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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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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