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대선결과에 달렸다” 정치리스크 꼬집어…
“파이부터 키워야” 맞춤형 복지·미래성장동력 발굴 총력
“국정감사 일정을 앞당기면 된다.” (10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결과에 달렸다.” (11월 5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국회의 ‘심의기간이 짧다. 예산안 제출시기를 앞당겨 달라’는 제안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답변이다. 한국 경제의 정치 리스크를 꼬집은 것이다. 뿐만 아니다. 위험 수위에 다다른 가계부채 문제의 해결에 대해서는 “나랏돈을 투입할 단계가 아니다”고 했고, 정치권의 무상복지 공약과 관련 “맞춤형 복지가 바람직하다”고 선을 그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여야는 “국민을 잘 살게 해주겠다”면서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래도 재정당국의 수장, 박 장관은 흔들리지 않고 정치권에 할 말을 다하고 있다.
그의 고민은 최근 언론에 공개된 내부 업무 참고자료인 ‘경제민주화 관련 쟁점 검토’ 보고서에서 잘 드러난다. 핵심 내용은 대선 후보의 각종 경제민주화 주장에 대해 정부의 입장은 부정적이란 것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계층 간 격차 해소에 치중한 나머지 획일적인 규제를 도입할 경우 우리나라가 대외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인가, 탈출할 것인가 기로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남발하는 공약이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박 장관의 판단은 확고하다.
정권 말, 사실 현 정권이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재정부 관계자들은 “박 장관이 잠재성장률 제고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하자”면서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불확실한 대외여건 탓에 우리가 실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 박 장관은 ‘맞춤형 복지’를 통해 경제활동 능력을 상실한 계층을 생산가능한 인구로 변모시키고, 올 초 신설한 장기전략국을 통해 한국의 미래성장동력을 찾아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겉으로 볼 때 정치권과 별개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파이를 키워야 나눌 게 많아진다’는 그의 경제철학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정부의 내년 예산에 대해 그는 “현 수혜자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수준에서, 침해를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제시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장관의 절묘한 선택을 정치권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조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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