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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용카드 과용사회에 해독제를 놓다
[헤럴드경제=이자영 기자]왜 ‘이번달에도 월급이 통장을 스치우는’ 것일까? 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남녀 10명 중 6명은 “월급날 전에 이미 전 달의 월급을 다 쓴다”고 답했다고 한다. 가장 빨리, 순식간에 사라지는 돈은 역시 카드대금이다. 신용카드로 먼저 소비하고 나중에 지불하는 습관이 고착화된 탓이다.

신용카드 과용사회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 소지매수는 4.7매에 달한다. 전체 소비대비 카드결제 비중은 2007년 49%에 불과했지만 2008년 54%, 2009년 59%, 2010년 65%, 2011년 73%로 빠르게 확산돼 세계 최고수준이다. 호주는 47%, 미국 37%, 일본 16%와 비교해도 한참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과도한 신용카드 사용이 가계부채를 증가시켰다는 판단아래 카드 한 장은 버리고 한 장은 살렸다. 신용카드는 축소시키고, 체크카드를 활성화하기로 정책방향을 세웠다.

▶체크카드 상위시대...부가서비스ㆍ소득공제 혜택= 금융당국의 의도는 신용카드의 자리를 체크카드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최근에 논란이 됐던 무이자 할부서비스 폐지, 부가서비스 및 할인프로모션 축소도 신용카드의 장점을 줄이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따라 카드사들은 예전만큼 쉽게 마케팅을 진행하지 못한다. 예를들어 무이자할부ㆍ특별할인 등을 진행하려면 대형가맹점과 카드사가 반드시 5:5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기존에 대부분 카드사가 부담하던 비용을 대형가맹점에도 물리면서 마케팅 규모가 대폭 줄었다.

이밖에 신용카드 신규발급 조건도 신용등급 6등급 이내, 만 20세 이상, 월 가처분 소득 50만원 이상으로 까다로워졌고 카드설계사들의 무분별한 카드 불법 모집을 막는다.

신용카드 혜택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체크카드의 강점이 두드러졌다. 올해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은 15%로 줄어들지만 체크카드는 30% 그대로 유지된다. 통장만 있으면 발급이 가능하고, 카드사들도 올해부터 체크카드에 30만원까지 소액신용결제 서비스를 탑재해 편리성을 더했다. 패밀리레스토랑, 영화관람, 교통비, 주유비 할인 및 캐시백 서비스 등 신용카드 뺨치는 서비스를 점점 늘리는 추세다.

▶최고의 재테크는 ‘알뜰한 소비’= 무엇보다 체크카드의 최고 강점은 무분별한 지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일면서 체크카드 사용을 선호하는 사람도 증가했다. 체크카드 증가율은 매해 20%를 넘어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발급매수는 1억 20만장을 넘어섰다.

그러나 사용빈도는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카드결제 대비 체크카드 이용 비중은 2008년 8.6%, 2009년 10.7%, 2010년 12.8%, 2011년 14.4%, 2012년 15.4%에 불과하다. 미국은 직불카드 이용건수가 2010년 기준 신용카드의 2배, 호주는 1.5배에 달한다. 독일 등 유럽의 직불카드 비중은 80%를 넘어선다.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신용결제 위주의 소비습관이 단시간 내에 바뀌진 않겠지만, 앞으로 체크카드의 사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있다. 신용카드의 혜택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격차가 적어졌고 당국의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기조도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로서는 신용카드보다 수익이 떨어지지만 체크카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카드사마다 다양한 종류의 체크카드를 개발하고 있어 상품경쟁력은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여전법 개정에 따른 조치로 신용카드 서비스가 축소돼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라며 “체크카드 소액신용결제서비스 등 완충장치를 통해 신용카드에서 체크카드로 이동을 유도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nointe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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