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복지 연결고리는 ‘고용 창출’
전문가 “기업도 복지경영 도입해야”
“저는 오늘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하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박근혜호(號)가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이라는 돛을 달고 지난 25일 본격 출항했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 등에 따른 궂은 대외여건과 국내의 저성장 장기불황 추세로 당장 맞닥뜨려야 할 대내외 불확실성의 파고가 높다.
여기에 과거보다 대폭 확대된 복지 지출로 국가 재정건전성에까지 빨간불이 켜지면서 박근혜 정부는 임기 5년 중 출범 첫해가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 ‘연결고리’로 떠오른 고용=성장과 복지(분배)는 경제사(史)적으로 공존이 어려운 이항대립적 성격을 띠어 온 게 사실이다. 역대 정부 중 둘 사이의 균형 유지에 심혈을 기울였던 때도 지나고 보면 어느 한쪽에 무게 중심이 쏠리기 십상이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는 우리나라가 산업화ㆍ민주화를 거치며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지만,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고용률이 정체됐다는 평가 속에 둘 사이의 균형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야심차게 내세운 상태다.
이른바 경제성장과 복지정책이 융합된 ‘웰페어노믹스(welfarenomics)’를 표방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최우선 국정과제로 고용률(70%, 15~64세 기준)를 채택하는 등 성장과 복지의 연결고리를 일자리에서 찾겠다는 방침이다. 다른 선진국들도 성장과 복지의 접점을 고용에서 찾고 있다. 영국은 1997년부터 일자리와 복지를 연결하는 ‘워크페어(workfare)’ 사업을 추진했고, 그 후 워크페어는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복지 개혁 과제로 부상했다.
워크페어는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에 의해 이론의 기반이 마련됐고 영국의 사회당 정부가 이를 구체화했다. 호주도 사회복지와 고용지원 업무를 한 곳에 집중ㆍ제공하기 위해 1997년부터 ‘센터링크(centerlink)’를 구축해 시행하고 있다.
▶ “성과연동채권 등 복지에도 경영기법 도입해야”=전문가들은 성장ㆍ복지의 양립을 위해 대기업들이 기존의 사회적 책임 차원을 넘어 한 단계 더 나아간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개념의 ‘복지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각종 복지사업의 추진 과정에서도 경영기업을 활용해야 하고, 복지 분야에서도 경제 풍토를 조성해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해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된다. 대다수 복지사업들이 여전히 사회적 기업보단 정부로부터 수탁을 받은 사회복지법인에 의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탠포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경기개발연구원을 통해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일자리 복지 구현을 위해 복지행정과 고용행정을 일원화하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국 단위의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사회투자시장의 활성화, 성과연동채권(social impact bond) 제도의 도입, 복지경영에 관한 교육 강화 등을 통해 사회복지와 공공부문에서 경쟁과 혁신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