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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베일에 싸인 신차…알파벳 숫자안에 ‘개발코드’ 가 있다
해외공장·연구소 등 이니셜 표기
장소·지역·순서 특성 고스란히
전혀 예상외의 ‘코드명’ 짓기도

KE855·OZ202 등 항공사 편명엔
국내외 도시·출입국편 등 담겨




‘코드명을 해독하라.’

산업계에서 코드명은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경쟁업체가 신제품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암호처럼 쓰이기도 하고, 또 때로는 장소, 지역, 시간, 순서 등 제품의 다양한 특성을 숫자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이름표 역할도 수행한다. 의미가 없어 보이는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이지만, 그 안에는 절대 간단치 않은 정보가 담겨 있다.

특히 자동차업계의 신차나 항공업계의 비행기 편명, 타이어의 복잡한 숫자 등도 모두 그냥 임의로 적은 코드명이 아니다. 코드명 속에 숨겨진 의미, 그들만이 아는 그 속뜻을 엿본다.

코드명이 가장 활발하게 쓰이는 업종은 바로 자동차다. 콘셉트카부터 비밀리에 개발하는 신차까지 코드명을 널리 활용한다. 보안상의 이유이기도 하지만, 차명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을 때 신차별로 개발 프로젝트를 구별하기 위해 대개 두세 자리의 영문이나 숫자 등을 활용해 코드명을 붙인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YF쏘나타, 그랜저HG 등 차명에 붙어 있는 ‘YF’나 ‘HG’ 등도 모두 신차가 공식 출시되기 전 쓰였던 프로젝트명이었다”고 전했다.

현대ㆍ기아차는 통상 코드명을 만들 때 두 자리 영문 알파벳을 사용하는데, 이는 그냥 무작위로 정하는 게 아니다. 차급에 따라 코드명이 다르다. 차급에 따라 순서대로 경형은 A, 소형은 B와 C, 준중형은 D, 중형은 F, 준대형은 G, 대형은 H와 I,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은 M, 쿠페 등의 스포츠 차량은 K를 코드명 두 번째 자리에 배치한다. 모닝(TA), i10(PA), 엑센트(RB), 프라이드(UB), 아반떼(MD, HD 등), 쏘나타(YF), K7(VG) 등의 코드명에서도 이를 찾아볼 수 있다.

해외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델은 영문 알파벳이 하나 더 늘어난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엑센트는 중국(China)을 의미하는 ‘C’를 더해 ‘RBc’가 되고,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델은 러시아(R)을 더해 ‘RBr’이 되는 식이다.


물론 항상 이 법칙이 사용되는 건 아니다. 벨로스터(FS), 맥스크루즈(NC), 베라크루즈(EN), 스포티지R(SL) 등 예외도 있다는 게 현대ㆍ기아차의 설명이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벨로스터나 레이처럼 기존의 차급을 벗어난 신개념의 모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관례를 따르지 않는 코드명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코드명으로 차급을 추정할 수 있을 뿐, 더 많은 의미를 담지 않는 건 보안상의 이유이다. 경쟁업체에서 너무 많은 정보를 예측할 수 없도록 차급 외엔 일정한 규칙을 두지 않는 무작위 방식으로 정한다.

콘셉트카에도 코드명이 들어간다. 현대ㆍ기아차는 콘셉트카에 회사명, 개발지역, 개발 순서를 담아 영문ㆍ숫자의 조합으로 만든다. 최근 공개한 스포츠 쿠페 콘셉트카 ‘HND-9’을 예로 들면, H는 현대(Hyundai)를, N은 이 모델이 개발된 남양(Namyang)기술종합연구소를 뜻하며, D는 디자인(Design)을 뜻한다. 그리고 숫자 9는 남양연구소에서 개발된 9번째의 콘셉트카임을 의미한다.

올해 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HCD-14는 현지 디자인센터가 위치한 캘리포니아(California)의 C가 들어가 있는 식이다. 전기차 아이오닉(i-oniq, HED-8)의 ‘E’는 유럽 디자인센터의 유럽(Europe)을 의미한다. 또 최근 서울모터쇼에서 기아차가 선보인 4도어 쿠페 캅(CUB, KND-7)은 기아차가 제작했다는 의미를 담아 ‘H’ 대신 ‘K(Kia)’가 들어갔다. 기아차가 남양연구소에서 개발한 7번째 콘셉트카란 뜻이다.

르노삼성도 프로젝트 작명법을 르노그룹의 방식에 따른다. 첫 번째 코드는 차량 형태를 말한다. ‘H’는 크로스오버, ‘L’은 세단을 뜻한다. 그 밖의 숫자는 보안상의 의미를 담아 만든다. 현재 생산 중인 제품의 프로젝트명도 L47(SM7), L43(SM5), L38(SM3), H45(QM5) 등으로 돼 있다.

자동차 타이어의 복잡한 코드명도 살펴보면 다양한 의미가 있다. 205/65/R14 91 H라는 제품을 예로 든다면, 가장 앞에 적혀 있는 숫자 ‘205’는 타이어 트레드 폭(㎜)을 의미한다. 뒤에 붙은 숫자 ‘65’는 타이어 단면 폭 대비 단면 높이의 비를 의미하는 편평비(%)를 뜻한다. 즉, 폭을 100이라 할 때 옆면의 높이가 65%라는 의미이다. ‘R’은 타이어 내부 구조를 말하는 이니셜로, 승용차에 쓰는 ‘래디알’을 말하며, 뒤의 숫자 14는 타이어휠의 지름, 그 뒤 91은 타이어 한 개 당 운반할 수 있는 최대 무게, 마지막 ‘H’는 타이어가 견딜 수 있는 최고 속도를 나타내는 기호로, H의 경우 시속 210㎞까지 주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영문과 숫자가 결합된 항공사의 편명도 그냥 단순한 코드명이 아니다. 자릿수나 숫자에 따라 다 의미가 다르다. 대한항공은 항공사를 뜻하는 알파벳 ‘KE’ 뒤에 4자리의 숫자를 쓴다. 첫 번째 자리는 국제편, 국내편, 코드셰어 등을 구별하는 숫자이다. ‘0’은 국제선, ‘1’은 국내선, ‘5’는 코드셰어를 의미한다. ‘0’일 경우엔 생략해 표시한다. 둘째 자리는 해당 지역으로, ‘0’은 미국, ‘8’은 중국 등을 의미하는 식이다. 3번째 자리는 취항도시, 마지막 자리는 홀수, 짝수에 따라 짝수는 인바운드(입국편), 홀수는 아웃바운드(출국편) 등을 뜻한다. 즉, ‘KE855’라고 한다면, 대한항공이 인천에서 중국으로 취항하는 항공기란 의미로 보면 된다.

아시아나항공도 비슷하다. ‘OZ’는 항공 코드명이며, 첫째 번호는 지역을 의미하며 셋째 번호는 한국을 기준으로 오른편일 때 나가는 항공편이면 짝수, 들어오는 항공편이면 홀수로 표시한다. 한국을 기준으로 왼편일 때엔 반대이다. 즉, ‘OZ202’이라면 미주 지역으로 나가는 항공편이란 의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편만 보면 어느 지역으로 들어오거나 나가는 항공편이란 정보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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