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새책>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보여준 10년후 디지털 세상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보스턴 테러 용의자 체첸 형제의 검거과정은 세계인에게 사상자의 소식보다 더 놀라움을 줬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저마다 지닌 정보를 바탕으로 이틀 만에 용의자를 빠르게 찾아내는 과정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2020년 안에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연결될 것”이라고 선언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이를 정확하게 예견했다.

에릭 회장은 구글의 싱크탱크인 구글아이디어의 소장 제러드 코언과 공동저술한 ‘에릭 슈미트 새로운 디지털 시대’(알키)에서 테러리즘의 미래를 얘기하며,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테러리스트가 현실공간에서 존재하는 게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테러리스트가 결국 작전을 수행하려면 어느 정도 연결성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디지털 세상은 다른 한편으로는 테러리스트에게도 똑같이 힘을 부여한다. 슈미트 회장은 2009년 이라크를 돌아다니며 경험한, 사제폭탄을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방법과 휴대폰의 결합에 큰 충격을 받는다. 폭탄의 폭발장치를 진동모드로 설정한 휴대전화에 붙여놓고 원거리에서 전화를 걸어 폭탄을 폭발시키는 간단한 방법 등 새로운 위험이 생겨나는 걸 목도한 것이다. 테러리스트를 수감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감옥 내에서도 밀반입한 휴대전화를 가지고 일종의 통제센터를 운영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슈미트 회장은 이 책에서 10년 후 전 세계인이 손바닥 기기 하나로 온라인을 통해 하나로 연결될 때 눈앞에 닥칠 위험과 도전은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떻게 힘이 재분배될지, 새롭게 떠오르는 개념과 분야는 무엇인지 등 다각적으로 분석ㆍ전망한다.

저자들이 꼽는 새로운 디지털 세상의 가장 중심 화두는 ‘개인화’다. 엔터테인먼트와 일상은 개인의 편의를 도모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권력은 개인에게 이양된다. 개인의 일상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삶의 질은 높아진다. 가령 이제는 더이상 물리적인 사진첩과 온라인 사진첩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다. 어떤 사진이나 동영상, 지리적 배경이라도 홀로그램 기기에 넣으면 거실을 순식간에 추억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홀로그램 상자를 열고 몰디브 해안에서 잠깐 쉴 수도 있다. 무인자동차와 모바일 기기에 설치된 진단 애플리케이션 등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연결된 세상에서 사는 일은 사생활 침해와 필연적으로 연결된다. 학교에서는 사생활 및 보안교육이 중요해진다. 또 지문, 사진, DNA 판독결과 등 ‘바이오메트릭’ 정보를 활용해 사람들을 집중 감시하는 경찰국가의 탄생도 예견해 볼 수 있다. 개인의 신원이 도용되면서 벌어지는 온라인상의 정보 필터링과 국가ㆍ기업 간 가상연맹, 사이버전쟁과 가상국가 수립 문제 등 기존의 국가체계에도 도전이 시작된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혁명운동은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가상세계에 출현하게 될 테러리스트 해커의 정체는 무엇인지 저자는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서 발생할 문제를 하나하나 제시한다.

저자들이 ‘디지털 기술로 인한 연결성의 확대’를 미래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지적하는 이유는 기득권층의 권력이 개인에게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분기점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앞으로 영웅이 사라진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온라인상에 정보가 넘치면서 지도자의 지난날 사소한 잘못이 속속 드러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또 국가의 부정이나 체제의 불합리에 반대하는 개인이 가상세계에서 목소리를 내는 일이 일상화한다. 이런 과정에서 개인의 힘은 커지고 국가의 통제수법은 더욱 교묘해질 수밖에 없다. 권력이양 과정에서 잡음이나 갈등이 많겠지만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은 그쪽이라는 게 저자들의 신념이다.

그렇다면 권력의 재분배가 역동적으로 이뤄지는 미래에 가상과 현실의 평화로운 공존은 가능할까. 저자들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우리의 관점에서는 그러한 다차원적인 결과가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상상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평등하고 투명하고 흥미로울 것 같다.”

조만간 닥칠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전망서와 차별화된다.



/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