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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웹툰 첫 정식작품이 大賞…공감주는 따뜻한 만화 그릴터”
헤럴드 창사 60주년 공모전 대상…상금 1500만원 받은 승정연씨
학원 다니며 만화가 보조작업
어깨너머로 삽화·콘티 배워



“안 된 줄 알았어요. 누구 작품이 됐을까 홈페이지를 검색했는데 내 이름이 올라와서 깜짝 놀랐어요. 덜덜 떨었어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고.”

헤럴드 창사 60주년 기념 헤럴드웹툰 공모전의 대상 수상자 승정연(27ㆍ사진) 씨는 대상 당선은 뜻밖의 일이라며 기뻐했다. 만화나 미술 전공자도 아니고, 혼자서 정식으로 웹툰을 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당선이 돼도 ‘가작’ 정도만 예상했단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헤럴드 본사에서 시상식이 끝난 뒤에 만난 승 씨는 “상패가 너무 무겁다”면서도 상패를 몸에 꼭 붙들고 흡족해했다.

승 씨가 처음으로 이야기를 짜고 그림을 그려 넣어 수상까지 한 작품은 ‘당신의 하우스헬퍼’다. 멋진 남자 가사도우미가 독신 여성 등 갖가지 사연을 지닌 이들을 위해 가사를 대신 해주는 일화를 담은 옴니버스 만화다. 이 작품은 심사위원단 심사에서 재미와 공감, 살림 정보 제공이란 실용성까지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언니가 일 마치고 저녁에 늦게 들어 와선 ‘나는 남편보다 아내가 필요한 것 같아’라고 하더라고요.”

남대문에서 액세서리 도매업을 하는 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승 씨는 늘 바쁘게 사는 언니의 삶에서 ‘당신의 하우스헬퍼’의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작품 속에는 고양이와 단 둘이 사는 싱글 여성이 등장하는데, 실제로 승 씨는 언니가 출근하면 고양이 네 마리와 함께 혼자 집을 지킨다.

대전이 고향인 그는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3학년 재학 중이던 2008년 돌연 휴학을 하고 서울로 올라 와 출판만화 창작과정 학원을 다녔다. 고등학교 때 포기했던 미대 진학의 꿈, 어릴 때부터 가슴 한 귀퉁이에 지녔던 만화가의 꿈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대학교 때 뒤늦게 사춘기가 온 거 같아요. 학교를 졸업해서 언론계통에 어렵게 취업이 되어도 행복할 것 같지 않았어요. 주변에선 비정규직의 불안하고 부정적인 얘기들뿐이고. 그럴 바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 싶었어요.”


그는 뒤늦게 학원에서 만난 만화 스토리 선생을 도와 보조 일을 하면서 만화 삽화, 콘티 구성 등을 틈틈이 어깨너머로 배웠다. 그림을 따로 배우진 않았다. 철학이나 심리학을 따로 배우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만화 작화 기술은 반복된 연습과 훈련을 통해 체득하는 게 중요하지 머리로 배울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헤럴드웹툰 공모 당선을 통해 정식 프로작가로 데뷔한다. 헤럴드 웹사이트를 통해 매주 1화씩 24화를 연재하는 계약을 했다. 상금 1500만원 외에 연재료로 회당 50만원을 받게 된다.

그는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내가 잘 다룰 수 있을까 고민도 들고 부담도 크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만화가의 꿈은 허황된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웹툰이 다양한 길을 열어준 것 같아요. 제 만화는 네티즌이 좋아할 만한 화려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많은 분이 공감하면서 가슴이 따뜻해지면 좋겠어요.”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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