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바나나 반하나 안반하나”… 언어유희 광고들 인기끄는 이유는?
[헤럴드경제=홍승완 기자]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문장이 있다.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공장장이고… ”다. 별 의미없는 말장난 같아 보이지만 한번 듣고는 따라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한국인들의 입에 맴돈다.

이런 ‘말장난’ 같은 언어유희 광고가 소비자들의 관심속에 최근 늘어나고 있다. 언어유희가 가진 기본적인 구전효과에 SNS에서의 유통이 용이한점, 패러디를 이용한 소비자들의 참여,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용 등 여러 강점이 더해지면서 그 어느때보다 언어유희 광고의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말장난 같은 광고… 입에서 떠나질 않네=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광고 가운데 하나를 꼽자면 빙그레의 ‘바나나 우유’다. 복고적인 느낌의 흑백화면에 배우 고창석과 김슬기 등을 내세운 유머러스한 광고는 “베스트셀링 상품인 바나나 우유가 가진 친근함, 익숙한 맛, 제품의 노란 색이 주는 산뜻한 느낌 등을 동시에 잘 살렸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광고 마지막에 고창석의 목소리로 등장하는 “이러니 (바나나) 반하나 안반하나~”라는 카피가 큰 인기다. 바나나와 음운이 비슷한 ‘반한다’라는 말을 교묘하게 섞었다. 재밌는 문장을 호감도가 높은 고창석이 경상도 사투리로 풀어낸 점이 젊은 시청자들에게 소구하고 있다. 문장자체가 연인이나 친구, 가족 간에도 우스개처럼 자주 쓸 수 있는 탓에 많은시청자들이 좋아한다. 덕분에 광고는 각종 광고사이트에서 인지도 호감도 상위를 독차지하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옵티머스G 프로’의 광고도 언어유희를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넌 모르G~ 처음이G~ 이 얼마나 더 놀라운G~” 등 ‘~지(G)’라는 어미를 반복하는 CM송이 인기다. 처음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광고 치고는 너무 느슨한게 아니냐”는 일부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랩(Rap)송의 ‘라임(구와 절의 마지막을 유사한 음운으로 규칙적으로 배열하는 것)’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G”를 다양하게 패러디해 인터넷과 SNS등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결과적으로 ‘옵티머스 G’라는 제품을 각인시키는 데는 상당히 성공한 광고라는 평을 듣고 있다. 고무된 LG전자가 최근들어서는 코미디언 박명수, 가수 김범수ㆍ이하이 등을 기용해 ‘옵티머스 G 프로송 개사 이벤트’도 열고 있다. 소비자들을 더 적극적으로 끌여들여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바나나 우유’와 ‘옵티머스 G 프로 광고’가 광고카피에 제품을 녹여냈다면 스포츠브랜드 아식스 코리아의 G1광고는 브랜드와 제품을 광고 모델과 함께 버무려낸 케이스다. 새로운 브랜드 G1와 발음이 같은 배우 하지원을 등장시켰다. 하지원이 탤런트 이종석과 함께 “G1이 필요해~ 오렌지슈루슈~”가사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G1이라는 새로운 브랜드와 오렌지슈루슈라는 다소 어려운 제품명을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기억시키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재미만? 공감대도 있다!!=말장난 같아 보이는 카피로 소비자들에게 공감대를 끌어내는 데 성공한 광고도 있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잡코리아’의 광고다. 직장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꼴불견 캐릭터들을 직장내 직급별로 나눠 총 7편의 에피소드로 보여줘 직장인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다.

이런식이다. ‘책임질 일에는 나몰라라 하는 그대는 이사인가 남이사인가’, ‘일만 받으면 끌어안고 묵히는 그대는 국장인가 청국장인가’, ‘침 튀기며 설교만 하는 그대는 차장인가 세차장인가’, ‘밥만 먹으면 방전되는 그대는 대리인가 밧데리인가.’

캠페인의 큰 제목 역시 ‘보내버리고 싶은 그들에게 추천하라’다. 자신이 이직하는 게 아니라 ‘없어졌으면’하는 직장선후배들을 잡코리아를 통해 이직시키라는 ‘역발상’의 접근을 기막힌 언어유희로 풀어내면서 ‘취업정보는 잡코리아’라는 핵심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광고는 당연히 직장인들의 폭발적인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카피 자체가 직장인들 사이에 우스개 처럼 구전되고 인터넷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다. 덕분에 광고도 연말 각종 광고 시상식에서 상도 많이 받았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최근 선보이고 있는 공익광고 ‘국민의 행복’도 일종의 언어유희 광고다. 먹으면 힘이 나는 ‘어깨쭉피자’, 뒤집을수록 맛있는 전 ‘패자부활전’, 행복을 나누는 복집 ‘국민의 행복’ 등 희망 메시지를 상호명에 반영한 언어유희로 다소 무거울 수 있는 공익광고를 친근함과 공감의 영역으로 끌고 왔다.


▶광고는 끝나도 제품은 입에 남는다=최근들어 언어유희 광고들이 예년보다 유독 더 인기를 끄는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언어유희 광고 자체가 다른 광고 기법들에 비해 구전효과가 높다. 특히 TV 외에도 트위터, 페이스북, 모바일 메신저 같은 플랫폼들을 통해 광고가 전방위로 집행되면서 짧은 문장으로 유통이 가능한 언어유희 광고의 효용성이 높아졌다. 굳이 SNS플랫폼들을 위한 새 광고나 카피를 추가로 만들 필요가 없다. 재기발랄한 네티즌들이 광고 카피를 자유롭게 패러디해 즐기고 SNS를 통해 스스로 유통시킨다는 점에서 2차적인 광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불황을 겪고 있는 기업입장에서는 비용면에서도 매력적이다. 억대 톱스타를 출연시킨 보여주기식 광고가 아니더라도 잘만 만들면 제품이나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언어유희 광고의 경우, 광고는 잊혀져도 브랜드와 제품은 남길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면서 “시청자들이 자유롭게 이를 구전하고 재생산하기 때문에 광고의 지속성도 의외로 길다”고 분석했다.

다만 언어유희 광고에도 함정은 있다. 소비자의 입가에 맴돌고, 자연스럽게 퍼져나갈 만큼 언어적인 매력과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 언어 조합이 작위적이면 말장난으로 치부되어 오히려 소비자의 반감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SK플래닛 M&C사업부 관계자는 “정교하게 광고가 설계되지 않으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메시지가 오인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할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sw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