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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명의 유망작가가 선보이는 흥미로운 엇박자..‘기울어진 각운들’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합창이나 합주에선 ‘엇박자’가 금기사항이다. 하지만 현대미술에선 꼭 그렇지만도 않다. 딱딱 맞아떨어지는 운율 보다, 때로는 엇박자가 훨씬 더 흥미로운 반향을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좀 어렵고, 복잡하긴 해도 ‘새로운 울림’을 들려주는 ‘엇박의 작업’을 모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삼청로의 국제갤러리(회장 이현숙)는 실험적인 태도와 남다른 상상력으로 무장한 7명의 신진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를 개막했다. ‘기울어진 각운들(The Song of Slant Rhymes)’이라는 타이틀의 전시에는 남화연, 문영민, 윤향로, 이미연, 정은영, 차재민, 홍영인 등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작가의 설치및 영상작품 20점이 나왔다.

전시를 기획한 김현진 큐레이터는 국제갤러리 2관 1층에 살짝 기울어진 육중한 흰 벽을 만들었다. 이 ‘경사진 흰 벽’은 복잡다단한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라는 존재의 사회적 긴장감을 은유한다. 갤러리를 가로지르는 기울어진 벽에는 이미연 작가의 드로잉 80여점이 설치됐다. 이미연은 강이나 바다에서 이뤄지는 조난자 구조작업을 촬영한 보도사진을 먹지에 대고 베끼거나 이를 일부 지우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긴박한 순간을 담은 사진을 재구성한 연작은 현대인의 가파른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남화연은 새로 세워진 기울어진 벽에 응답하는 조각적 설치작업을 1,2층에 걸쳐 시도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과 그림자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게 하는 작업이다.

차재민은 인천의 신도시 송도와 구도시를 번갈아 관찰해가며 제작한 영상작품 ‘Fog and Smoke’를, 홍영인은 교회 부흥성회와 그래피티 이미지, 사슴과 공룡 같은 별반 관계가 없는 사물을 조합해 묘한 부조화를 출품했다.

화가이자 비평작업도 하는 문영민은 양복 입은 중년남성의 절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그린 회화 연작을 내걸었다. 일상에서 늘 접하는 장면을 하나의 기호로 재생한 작가는 ‘모두들 똑같은 자세라 여기는 그림이지만 사실 기묘한 시차가 숨겨져 있다’고 속삭인다. 이밖에 정은영은 쇠퇴일로에 처한 여성 국극 배우들의 사진자료를 취합했으며, 윤향로는 중산층 사회에 숨겨진 은밀한 폭력성과 권태, 성적 자극을 담은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네덜란드의 반아베 미술관에서도 기울어진 흰 벽을 설치하고, 전시를 열었던 큐레이터 김현진 씨는 “7명의 유망작가들이 추상적인 리듬이나 작업의 운율을 떠올리며 빚어낸 ‘엇박’은 때론 불완전하지만 예술의 존재론적 운동을 구현해보이는 역동적 세계”라며 “전시를 통해 새로운 움직임의 전조가 드러났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6월 16일까지. 02)735-8449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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