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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늦게 주목받는 여성화가들..인물화가 알리스 닐,아시아 첫 개인전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중세 및 근대는 물론, 20세기에 들어서도 여성 화가들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올 2월, 영국 런던 크리스티경매에서 베르트 모리조(프랑스)의 1881년 작 ‘점심식사 후’가 무려 1098만달러(약 125억원)에 팔리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모리조는 미술경매 사상 여성 화가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리조의 기록은 여성 화가들이 힘을 갖게 된 일대 사건이다. 그간 장롱 속에 갇혀 있던 여성 화가들의 그림이 몇 년 새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참으로 오랜 기간 동안 여성 화가의 작품은 같은 학교, 같은 계열의 남성 화가에 비해 10분의 1 이하 가격으로 저평가됐었다. 하지만 2006년 세계 아트마켓이 엄청난 활황을 이룬 이래 딜러들과 전시기획자들은 ‘숨어 있는 보석 찾기’에 바쁘다.

WSJ는 “모리조의 최고가 기록은 곧 깨질 것”이라며, 지난 5년간 미술품 경매의 상위를 기록한 작품 중 여성 미술가의 작품이 전례없이 다수 포진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조앤 미첼, 타마라 드 렘피카, 루이스 부르주아가 그 주인공이다.
또 현존 여성 화가 중 경매 낙찰 총액 1위(1억1180만달러)를 기록 중인 구사마 야요이(84)와 사진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기록(389만달러)을 보유 중인 신디 셔먼(59)도 주목 대상이다. 여성 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하는 앨리스 월턴(월마트 상속인), 팝스타 마돈나,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활약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Ann Sutherland Harris and Neil’, 1978,Oil on Canvas,101.6x76.5cm ©Estate of Alice Neel

‘20세기를 대표하는 인물화가’로 불리는 앨리스 닐(미국ㆍ1900~1984)도 뒤늦게 각광받고 있는 여성 화가다. 앨리스 닐은 영국 출신의 남성화가 루치안 프로이트(정신분석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손자)와 쌍벽을 이루는 인물화가이지만, 생전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별반 조명받지 못했다. 특히 당대의 사조를 따르지 않고, 묵묵히 자기만의 길을 걸은 것도 주목받지 못한 요소였다.
그러나 뜨거운 열정과 뛰어난 통찰력을 기반으로, 인간의 내면을 가감없이 드러낸 앨리스 닐의 인물화는 후대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는 미니멀리즘(1960년대)ㆍ개념주의(1960~70년대) 등의 유행 사조와 상관없이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사실적이면서도 표현주의적 화풍을 고수했다.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산업화라는 급물결 속 미국인의 내면을 진솔하게 그린 것. 그의 그림은 리얼한 듯하면서도 위트있고, 심오하면서도 재기발랄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한 인물의 도드라진 특징을 잡아내 이를 화폭에 솜씨좋게 담아낸 표현력은 단연 돋보인다.

인물화를 통해 미국의 시대사상을 담아내고자 했던 앨리스 닐은 ‘영혼의 수집가’임을 자임했다. 특히 여성의 내면에 귀 기울였다. 그 자신 굴곡 많은 삶을 살며 보헤미안처럼 생을 마감한 작가는 일흔이 넘은 1974년에야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첫 회고전을 가질 수 있었다. 이후 작가 사후 그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무척 활발하다. 

‘David McKee and his First Wife Jane’,1968,Oil on Canvas,151.8x101.6cm ⓒEstate of Alice Neel

생전에 흑인 인권운동과 여성운동에도 관심이 많았던 앨리스 닐은 가족및 지인뿐 아니라 빈민가 흑인과 히스패닉계 사람들, 뉴욕 시장 에드 코흐 등 빈부 격차,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인물의 내면을 꿰뚫는 강렬한 초상화를 남겼다. 그는 ‘좋은 인물화란 정확한 표현 이상의 다른 무언가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앨리스 닐이 남긴 인물화들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아시아에서 최초로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대표 조정열)에서 개막됐다. 이번 개인전에는 1942~1981년 작업한 작품 15점이 내걸렸다. 전시는 오는 6월 2일까지. 
무료관람.(02)2287-3500 


yrlee@heraldcorp.com
‘Daniel Stern’,1958,Oil on Canvas,71x46cm ⓒEstate of Alice Nee
‘Carol with Dog’,c.1962,Oil on Canvas,116.8x96.5cm ⓒEstate of Alice N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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