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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490억원, 사이버 해킹으로 전세계 20여개국 인출 피해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전 세계 20여개국 은행에서 한 시간 만에 4500만달러(약 490억원)가 사라졌다. 영화 ‘엔트랩먼트’ ‘해커스’ 등에서나 볼 만한 초유의 ‘사이버 은행강도단’ 사건을 접한 미국 뉴욕 브루클린 연방검찰은 수백억원을 가로챈, 이 대담한 ‘대도’들을 기소하고 조사에 나섰다.

로레타 린치 브루클린 연방검찰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해 ‘21세기 최대 은행 강도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규모만큼은 영화 ‘좋은 친구들(Goodfellas)’로도 영화화됐던 1978년 루프트한자 은행 강도 사건에 비견할 만하다고 밝혔다.

9일(현지시간) AP,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검찰 당국은 리더로 알려진 알베르토 유시 라주드-페냐(Alberto Yusi Lajud-Pena)를 비롯한 8명을 기소했으며, 살해당한 것으로 보고된 라주드 페냐를 제외한 7명을 체포했다.

이번 사건과 연관된 공범은 전 세계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소된 8명은 해커조직의 뉴욕 지부 소속으로, 마스터카드의 선지급 현금 인출카드 데이터베이스에 해킹을 시도했다. 미리 준비한 가짜 인출카드를 이용, 현금인출기(ATM)를 통해 돈을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뉴욕에서 훔친 돈은 280만달러(30억5000만원)에 이르렀다.

당국은 해커들이 해킹을 통해 핀(PIN) 번호 등 개인정보 및 현금 인출카드 데이터를 확보하고, 현금 인출 한도를 없앴다. 그리고 접근 코드를 생성한 뒤 각기 다른 도시에 흩어져 있던 범행 가담자들의 네트워크에 전달해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예금을 인출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범행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첫 번째 해킹 공격에선 20개국 4500개 거래를 통해 500만달러가, 두 번째 해킹 공격에선 3만6000개가 넘는 거래가 이뤄졌고 전 세계 24개국에서 4000만달러가 사라졌다.

오만의 무스카트은행, 아랍에미리트의 라스알카이마(Ras Al-Khaimah)국립은행이 해킹 공격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일본 캐나다 독일 루마니아 등 12개국 사법 당국과 국제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린치 대변인은 밝혔다.

연방검찰은 CCTV를 통해 용의자 중 한 명이 현금으로 두둑해진 가방을 메고 있는 장면과 다른 범인이 자랑스럽게 현금 뭉치와 함께 찍은 사진도 증거물로 확보했다.

린치 대변인은 이를 “플래시 몹”이라고 밝혔으며, 이들이 계좌정보와 접근 암호를 가지고 있어 플라스틱카드라면 호텔 키카드나 기한이 만료된 신용카드로도 현금을 인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체포된 7명은 도미니카 국적을 지닌 미국 시민권자로, 뉴욕 시 북쪽에 거주하고 있으며 대부분 20대였다. 이들은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로, 이 중 ‘프라임’ ‘알베르티코’ 등의 별명을 사용한 라주드 페냐는 도미니카에서 10만달러 현금 가방과 함께 살해된 채 발견됐다고 당국은 밝혔다.

살인사건은 따로 조사 중이며, 이들의 절도 및 돈세탁 혐의가 인정되면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린치 대변인이 밝힌 루프트한자 사건은 뉴욕 존F케네디(JFK)국제공항에서 지미 버크가 벌인 580만달러 현금 도난 사건으로,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한 ‘좋은 친구들’이란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ygmoon@heraldcorp.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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