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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손톱깎이 더이상 판촉물 아니다”
손톱깎이에 스토리…쇼핑몰 대표 김원식씨
오픈 한 달만에 SNS·온라인 화제
中企마케팅 한계 창의력으로 극복



화사한 햇살 아래 옷을 빼입고 손톱깎이를 진지하게 들고 있는 커팅모델을 보고 있자면 웃음부터 터져나온다. ‘깍혁거세’ ‘멀보노’ 등 손톱깎이 세트 이름도 남다르다. 손톱깎이 쇼핑몰 ‘카터맨(carterman)’을 운영하는 김원식(28·사진) 대표는 “손톱깎이라고 하면 흔히 판촉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 콘셉트를 붙여서 팔아보자는 생각으로 쇼핑몰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생은 짧지만 손톱은 길다(Life is short, Nail is long)’라는 모토하에 그가 운영하는 ‘카터맨’은 소위 ‘웃기는’ 쇼핑몰로 SNS와 온라인상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올해 2월에 쇼핑몰을 오픈한 지 한 달이 채 안 돼서다. 쇼핑몰 작은 곳 하나하나까지도 대학에서 광고학과를 전공한 그의 남다른 ‘센스’가 담겨 있는 덕택이다.

김 대표와 손톱깎이의 인연은 남다르다. 그의 아버지는 손톱깎이 업체 쓰리쎄븐의 협력업체인 금광산업의 대표다. 김 대표는 “쓰리쎄븐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25년 전 회사를 차렸다. 현재는 쓰리쎄븐 손톱깎이 세트에 들어가는 밀대와 케이스 등을 만들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총판권을 따와 제품 판매까지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연한 수순처럼 주위에서는 김 대표가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는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광고가 하고 싶었다. 지금도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이 광고”라며 망설임 없이 답했다. 


대학 졸업 후 그는 광고쟁이를 꿈꾸며 취업준비생의 삶을 살았다. 그 후 1년간 광고계 문을 두드렸지만 광고계 입성이 쉽지만은 않았고, 결국 주위의 설득에 아버지 회사로 들어갔다. 김 대표는 “광고가 하고 싶어서 부모님께 시간을 좀 달라고 하고 취업준비를 했지만 잘 안 됐다. 언젠가는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예상보다 시기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은 결코 간단치 않았다. 주변의 시선도 부담됐지만 무엇보다 ‘광고쟁이’로서의 삶에 미련이 남았다. “(제가) 금광산업 사장 아들이기도 하지만 원래 하고 싶은 꿈도 있지 않나. 아버지 회사에서 하는 일들은 굳이 내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며 “대신 일을 하면서 손톱깎이를 소재로 재밌게 소개하고 팔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심심하고 고리타분한 손톱깎이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며 손톱깎이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김 대표는 중소제조업체가 처한 마케팅 현실에 대해 느낀 바를 여과 없이 털어놨다. 그는 “중소기업의 마케팅이라고 해봤자 홈쇼핑이냐 인터넷이냐 등 유통경로를 고민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제품도 모두 원래 기존에 있던 것들이다. 중소기업 마케팅도 좀 더 창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언젠가는 가업을 물려받을 생각이다. 하지만 우선은 자신이 차린 카터맨이 잘되는 것이 우선이다. 김 대표는 “언젠가는 다시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서 가업을 잇겠지만 그때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잘 살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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