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애플이 연말 출시할 것으로 추측되는 저가형 아이폰을 팍스콘이 아닌 대만의 또 다른 생산업체 페가트론이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의 ‘애플이 공급망을 팍스콘에서 페가트론으로 이동시킨다’라는 보도에 따르면 2011년부터 소량의 아이폰을 제작하고, 지난해 아이패드 미니를 만들기 시작한 페가트론이 저가형 아이폰의 주요 생산업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페가트론의 부상이 애플 모바일 제품을 독점적으로 하청받았던 팍스콘 중심의 시스템이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애플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결정적 이유로 지난해 불거진 아이폰5 흠집 문제가 꼽힌다. 팍스콘이 조립한 메탈 소재의 아이폰5가 잘 긁히고 흠집이 생겨 애플이 품질관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생산라인을 변경한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최고경영자)가 팍스콘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과 달리 팀 쿡 CEO는 리스크 다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품 라인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저가형 아이폰과 같은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데 그동안 임금인상 등을 꾸준히 제기해온 팍스콘에 저가형 아이폰을 맡기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가들을 인용해 페가트론이 적은 이익을 감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동안 애플 주문 상품만 제작했던 팍스콘이 자체 브랜드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 애플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팍스콘은 최근 ‘인포커스’라는 브랜드로 삼성전자 갤럭시S3를 연상시키는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이 스마트폰은 5인치와 7인치급 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있으며 운영체제(OS)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다. 팍스콘은 스마트폰 가격을 대당 2000위안(약 36만원)대로 책정해 삼성전자 갤럭시S4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KGI시큐리티의 밍치 궈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오는 7월 저가 아이폰을 출시하고 생산의 75%를 페가트론에 맡길 예정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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