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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이하늬, 뮤지컬 ‘시카고’서 벨마·록시役 열연…“터질 것 같은 이 에너지, 관객들도 받아가세요”
“오히려 공연이 쉬운 거 같아요. 공연 전에는 오전 10시에 나와서 오후 6시까지 혹독하게 연습 했거든요.”

뮤지컬 ‘시카고’에서 벨마 역 인순이(56)의 이 말에 옆에 앉은 록시 역 이하늬(30)가 고개를 풀썩 떨군다. “‘피~곤해요’란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하다가 ‘쏙’ 들어갔다”면서 마치 카툰 속 캐릭터인양 과장된 손짓을 보탰다.

개막 사흘째인 지난 9일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만난 ‘시카고’의 주역 배우 둘은 실제 나이가 믿기지 않게 생기발랄했다. 인순이는 2000년부터 시작해 2005년과 2009년, 2012년 등 올해로 벌써 13년간 다섯 번째 벨마 역을 연기한다. 3년 전 ‘금발이 너무해’로 뮤지컬 무대를 호시탐탐 넘보다, 역대 8번째 록시를 맡은 신참 이하늬는 그동안 TV브라운관이 좁아서 어떻게 견뎠을까 싶을 정도로 감춰둔 에너지를 맘껏 발산한다.

1920년대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여자 죄수들을 다룬 쇼뮤지컬 ‘시카고’는 무대나 의상이 단 한 차례도 바뀌지 않는다. 순전히 배우의 노래와 춤, 에너지만으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 그만큼 배우의 역할이 중요하다. 

“배우들이 극장에 오면 엄청난 운동을 하죠. 다이어트가 절로 돼요. 우리 벨마 너무 불쌍하죠?” 1920년대 미국의 재즈시대를 배경으로 한 쇼뮤지컬 ‘시카고’의 주역 인순이와 이하늬의 환상적인 몸매 유지 비결은 하루 8시간씩 두 달간 맹연습이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인순이가 첫 등장해 ‘올댓재즈(All that jazz)’를 열창할 때부터 객석의 열기는 비등점을 향해 달아오른다. 앞서 5월에 공연한 대구에선 시민들이 공연장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르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환갑이 몇 해 남지 않은 인순이의 첫 등장은 강렬하다. 몸에 착 달라붙는 짧고 반짝이는 미니 원피스를 입은 몸매에 한 번 놀라고, 한쪽 다리를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유연함에 두 번 놀란다. 국가대표급 가창력은 이미 잘 알려져 놀랍지도 않다.

“다 연습량에 비례하는 거예요. 안무가 까다로운데 한 치의 오차도 있으면 안 되거든요. 디렉션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바로 지적이 날아오죠.”

인순이의 이 말에 이하늬는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시다. 그걸 다 해내신다. 또 스태프건 대표든 상대가 누구든지 다 허물 없이 대하신다”고 연신 치켜세웠다. 인순이는 “내가 가수로서 밖에 나가면 어느 정도인데 라고 내세울 필요가 없다. 배우, 스태프가 너무 잘해줘서 너무나 고맙다. 모두 일심동체처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벨마는 록시 앞에서 애걸하는 ‘원맨쇼’에, 화가 나 의자를 번쩍 들어올리기도 한다. 엄청난 체력을 요한다. 인순이는 “나로선 매회가 시험무대다. 내가 얼마만큼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뿜을 수 있나 시험하는 거다. 내년, 내후년에는 될까 안 될까를 지금 걱정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긴장감이 너무 좋아요. 그냥 내 콘서트 같으면 틀려도 ‘어머머, 다시 해요’ 할 수 있지만, ‘시카고’는 모든 것이 정해진 틀에 맞춰서 해야 하니까 긴장이 되죠.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뒤에서 연습을 해요. 장면마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올라가요.” 관록의 가수에게 ‘시카고’는 자신을 재점검하는 무대다. 콘서트 준비에 다문화가정을 위한 대안학교인 해밀학교 일에 골치가 아프다가도 ‘시카고’ 무대에만 오르면 자신을 다잡게 된다.

이하늬의 록시를 평가해 달라고 하자, 인순이는 “록시는 어떤 때는 맹하다가, 요염하다가, 머리가 싹싹 잘 돌아가기도 하는데, 이하늬는 그런 성격을 다 소화한다. 그런데 무대 밖에선 완전 ‘헐랭이’다. 붙임성 좋고 털털하다”고 했다. 이하늬는 드라마 ‘상어’ 촬영 일정과 겹치는데도 보컬 트레이닝과 안무 연습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예전부터 욕심부렸던 배역인 만큼 혼신을 다해 무대에 매달리고 있다.

인순이는 무대를 스태프와 배우가 뛰는 단체 줄넘기에 비유했다. 이하늬가 “선생님이 아니라 부녀회 ‘반장님’이시다. 선후배 계급장도 없고, 언니 동생 계급도 없다”며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하자, 인순이는 “남자 배우가 나를 귀여워해 주기까지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게 ‘시카고’의 힘인 거 같아요. 하나 하나 떼어 놓고는 할 수 없는 드라마죠. 관객들도 그 에너지를 받아 가셨으면 좋겠어요.” 사이 좋은 자매가 합창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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