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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희 “한국인 최초 타이틀 부담스럽지 않아요”
“로베르토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굉장히 친절하고 착하답니다.”

연기를 너무 잘해 오해할 뻔 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에서 주역한 서희(27ㆍ사진)가 파트너 로베르토 볼레에 대해 해명에 나섰다. 드라마 발레 ‘오네긴’은 오만한 ‘나쁜 남자’ 오네긴이 시골 처녀 타티아나의 연서를 매몰차게 찢어버리고선 훗날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된 타티아나를 찾아가 뒤늦게 구애하는 내용. 서희와 볼레의 자연스러운 연기력과 뛰어난 발레 실력은 좌중을 순간 집중시키고, 막이 내려온 뒤에도 길게 여운을 남긴다. 미국 아메리칸발레단시어터(ABT)의 한국인 최초 수석 무용수 서희와 이탈리아 출신 볼레는 ABT가 전체 휴가 중인 기간에 각자의 고국 무대를 찾고 있다. ‘오네긴’에서 파트너로 볼레를 추천한 서희는 다음주에는 볼레의 고국인 이탈리아로 날아가 그와 함께 발레 갈라쇼 무대에 선다.

서희는 “한국에선 로베르토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탈리아는 물론 세계적인 스타다. 패션 모델로도 인기가 많아 런웨이에도 자주 선다”고도 했다. 서희 역시 미국에서 런웨이 무대에 서기도 했다. 키 168㎝, 몸무게 46㎏의 호리호리한 몸은 발레리노가 훌쩍 들기에도 좋지만, 서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게 보여 패션계가 선호한다.

서희가 ABT의 수석무용수가 된 지는 이 달로 1년째다. 2005년 정식 입단해 코르 드 발레(군무)를 거쳐 5년만인 2010년 솔리스트로 승급했고, 2년 만에 무용단의 얼굴인 수석무용수가 됐다. 서희는 “중국인, 일본인 발레리나 등 동양인 단원은 셋뿐이다. 동양인 수석무용수는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서희는 최초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면서 “오히려 나를 채찍질 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 우러러봤던 무용수를 생각하면, 나도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다면 더 열심히하게 된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작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하는 서희는 주변에 크게 흔들리는 성향이 아닌 듯 했다. 정상에 오른 모든 발레리나가 그렇듯 그 역시 육체적으로 힘겨운 시기를 거쳤을 터. 그는 “어렸을 때 ‘이제 이거 더 안해’ 울면서도, (튿어진)토슈즈를 꼬매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지금도 내 공연 영상을 보면서 잘 한다는 생각을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고, ‘나에게서 뭘 봤기에 이걸 내게 시켰을까’란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 격려하고, 이끌어줘서 이 자리까지 왔다”고 했다. 발레리나로서의 길을 확신한 건은 16세에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다. 재능을 인정받아서라기 보단 수천석의 관객이 자신을 향해 집중해 있을 때의 벅찬 감동이 좋아서였다. ‘내가 이 길을 계속 가도 되겠구나’ 싶었다.

그는 “지금은 춤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발레를 통해 새로운 사람과 일을 경험하는 게 좋다”면서 “개인적인 시간이 없어서 몇해전부터 가자던 가족 여행도 못가고 있다. 하지만 바쁜게 너무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2년전 ‘오네긴’이 1차원적이었다면 지금은 2차원적이죠. 다음엔 3차원, 4차원이 될 수 있을까요.” ‘오네긴’을 생애 두번째로 공연한 서희는 나이 듦에 따라 역할을 이해하는 깊이가 달라졌다. [사진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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