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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록페‘에서 일탈문화를 즐기자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록페스티벌(이하 록페, 젊은이들은 롹페로 줄여 부른다) 시즌이 다가왔다. 록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은 벌써부터 기대에 들떠있다. 오는 26~28일 안산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에서 열리는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을 시작으로 펜타포트, 지산월드록, 부산국제록, 슈퍼소닉, 시티브레이크, 렛츠록 등 7개의 록페가 열린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펜타포트와 지산 두 개뿐이었던 록페가 양적으로만 비대해지는 게 아니냐는 자성의 소리도 있다. 하지만 록페는 노는 문화의 흐름을 바꿔놓는 데 일조했음을 부인키 어렵다.

누구나 일상이 무료하고 답답해질 때 일탈의 욕구가 생기게 마련이다. 정상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일탈문화가 별로 없는 우리나라는 한여름에 열리는 록페가 그 기능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아예 친구나 동호회원, 직장인끼리 2박3일 동안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며 휴가를 즐기는 사람도 늘어났다.

마니아 문화에서 출발한 록페의 최근 특징은 마니아에서 일반인으로 확장돼 여성팬이 크게 늘었고, 40~50대 중년까지 대거 가세한 것이다. 이는 제도권 내 일탈문화가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록페는 야광봉을 흔들며 보는 여느 공연과는 다르다. 일반공연은 관객의 감상 스타일이 정형화해 있다. 하지만 록페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마음대로 즐길 수 있다. 서서 연신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열광하는 사람, 모래사장에서 편한 자세로 널부러져 감상하는 사람, 캠핑 의자에 앉아 폼을 잡는 사람, 에너지를 소진해 관객 틈에서 잠을 자고 있는 사람 등 즐기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와 무엇이든 하지 않는 자유, 양 극단까지 누릴 수 있다. 주위사람에게 방해를 주지 않는 선까지는 즐기는 게 가능하다.

록페는 관객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끔은 일반 관객 틈에서 오가는 연예인도 만날 수 있다. 특이한 옷차림에 개성 강한 화장을 하고 재치있는 헤어스타일을 한 사람과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관행처럼 된 장화패션 여성 등 다들 차림새가 자유분방하다. 그러니 평소 단정한 사람도 록페에 갈 때만은 제법 튀는 패션 스타일을 갖춰볼 것을 권한다. 자신의 튀는 옷차림이 다른 사람에게는 즐거운 구경거리가 될 수 있다. 난이도가 있는 옷차림도 좋다. 누가 뭐라고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지 않으니 복장부터 자유를 만끽하길 바란다. 


축제란 무엇인가? 흐트러짐을 통한 비일상성과 일탈성, 카오스를 경험해 일상을 윤택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인간은 항상 긴장만 하고 살 수는 없다. 긴장과 이완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생활의 풍요를 맛보는 것이다. 페스티벌은 일탈과 이완의 영역이다.

우리의 지역축제는 관 위주의 전시성 축제가 많아 자발적 일탈성을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국내 축제 중 외국인의 참가 비율이 월등히 높은 보령머드축제와 지산록페,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모두 일탈성이 강한 축제다. 서양인은 진흙탕을 뒹구는 것을 일탈의 재미로 느끼는 반면 한국인은 피부미용을 위해 참가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1999년 인천 송도에서 최초의 록페(트라이포트 록페스티벌)가 열린 후 중단됐다가 2006년 다시 태어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이 개최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이제 ‘록페의 왕국’처럼 된 것도 수동적으로 즐기는 놀이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직접 뛰어들며 노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기자도 거의 매년 록페를 찾았다. 뮤즈의 보컬 매튜 멜라미가 배탈이 나서 50분이나 늦게 공연이 시작되어도 좋았고, 라디오헤드 공연 때는 사방에서 밀착된 관객 틈 속에 있었지만 내내 행복했다. 올해도 메탈리카, 뮤즈, 림프 비즈킷(시티브레이크)과 더큐어, 더엑스엑스(안산) 자미로콰이(지산), 조용필(슈퍼소닉)이 헤드라이너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록페는 그냥 가서 즐기면 된다. 그곳에는 음악과 열정, 사람과 우정이 있다. ‘캠핑존’에서는 음악 이야기로 나누는 술 한 잔으로 세계 각지에서 온 관객과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다. 폭우라는 악천후는 오히려 추억거리다. 록페는 ‘무늬만 축제’가 아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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