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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작품들, 부모님께 쭈뼛쭈뼛 말을 걸다

현대미술가들이 다루는 주제는 거창하기 이를 데 없다. 전 지구적 환경문제라든가 좌우대립, 전쟁은 물론 인간의 욕망과 소외까지 광범위하다. 그러나 그들의 소통은 언제나 외부로 향해 있다. 이렇듯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에만 관심을 두었던 작가들이 모처럼 자신의 부모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자신들의 예술에 대해, 부모와 간만에 흉금없는 대화를 나눴다.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개막된 기획전 ‘쭈뼛쭈뼛한 대화’는 작가 4명과 그들의 부모가 꾸미는 4개의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거창한 담론이 없다. 그 대신 자신의 삶에 대해, 그리고 예술에 대해 부모와 자식이 나눈 성실하고 정직한 대화가 전시장을 메우고 있다.
 

 

구민자의 영상작품 ‘구양재단 창립총회’,  아버지 어머니와 손을 맞잡고 재단의 출발을 알리고 있다. [사진제공=아트선재센터]]

이소영 작가는 토목공학, 의상학을 전공하고 각자 전문 분야에 매달리느라 놓쳤던 부모와의 흘려보낸 시간을 되짚었다. ‘드물게 찾아온 시간’이란 타이틀 아래 작가는 매일 아침 식탁에 질문지를 올려놓았다. 이에 부모는 손글씨로 찬찬히 답을 적어 내려갔다. 작가 구민자는 성년이 된 후에도 여전히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자신과 부모와의 관계를 다뤘다. 이 관계를 예술가와 그를 지원하는 예술재단의 관계로 설정한 작가는 부모의 성을 따 ‘구양 문화재단’이란 가상의 재단을 만들고, 전시를 통해 약관, 지원내역을 소상히 밝혔다. 사적인 관계를 공적인 제도로 치환한 작가는 사진 및 설치미술을 통해 그 특별한 관계를 해석해냈다. 화가인 박형지는 퇴직 후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어머니와 서로의 작품을 나란히 선보이는 ‘너의 그림’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공동전시를 통해 서로 엇박자를 달리는 작품을 돌아본 두 사람은 전업작가와 아마추어 작가의 경계를 가르는 기준을 함께 성찰하고 있다.

전시기획자인 이성휘는 20년간 붓글씨 작업에 몰두해온 아버지의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그동안 무심히 봐왔던 부친의 여정을 새롭게 들여다봤다. 전시는 8월 18일까지. (02)733-8945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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