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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두환가(家)는 미술과 각별한 패밀리…압수한 190점의 가치는 과연?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박물관을 만들려고 했나? 왠 그림과 조각이 이리 많아?’

16일 오후, 전두환 전(前)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 소유의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에서 대형 불상과 도자기, 그림이 쏟아져나오자 세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터뜨린 말이다.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 집행과 은닉재산 적발을 위해 벌인 압수수색에서 190여점의 미술품이 압류되자 과연 그림의 가치가 어느정도일까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전두환 대통령 일가는 그림과 각별한 관계다. 미술계에선 역대 대통령 패밀리 중 ‘미술과 가장 가까운 패밀리’로 손꼽는다. 다른 대통령들이 휘호 등을 많이 남기긴 했으나 미술품 수집에는 별반 열의를 보이지 않았던데 비해 전두환 일가는 예외적이라는 것. 전 전 대통령 내외는 불상및 서예 등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장남 전재국(54) 시공사 대표가 미술에 관심이 무척 많아 고미술에서부터 현대미술까지 지속적으로 수집해왔다는 사실은 미술판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총 190여점인 압수수색품 중에는 양질의 그림과 도자기가 적지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 대표는 1990년대 홍익대 근처에 ‘아티누스’라는 북갤러리를 만들었는가 하면, 파주 헤이리에서도 한때 갤러리를 운영했다. 전 대표는 한국의 불교미술과 고미술을 특히 좋아해 다수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그는 근현대미술도 섭렵했으며, 베트남 등 제3국 미술도 컬렉션했다고 전해진다. 베트남 근현대미술의 경우 ‘지금 사서 투자해놓으면 나중에 박수근 그림처럼 대박이 터질 수도 있다’는 전망에 따라 투자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도서출판 시공사 설립초 전 대표는 거금을 들여 ‘고려불화’화집을 대형판본으로 정성껏 펴내 화제를 모았다. 또 박수근화집, 한국의 대표적인 동시대 미술가 55명을 선정한 ‘아르비방’화집도 연속적으로 출간했다. 이 과정에서 J모, H모 씨 등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화집은 아트가 좋아 밀어부쳤던 사업으로, 돈을 벌기보다는 ‘쓰는’사업이었다. 적자도 꽤 본 것으로 전해진다. 55명의 미술가 중 일부가 당시 화집을 여러 권 구매하며, 책값 대신 그림을 내놓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전재국 대표의 미술품 컬렉션 중 상당수는 이들 작품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시공사 도서목록에는 미술서적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게다가 그는 근대미술 연구자들의 터전인 한국미술연구소를 평창동에 조성하는 등 전방위로 활동했다. 그러나 워낙 드러나길 꺼리는 성격 탓에 그를 직접 대면하는 인사는 모 대학 교수 등 몇몇 인사로 국한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연희동 사저에서 발견된 이대원 화백(1921~2005)의 그림은 국내 수집가들 사이에서 박수근 이중섭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그림이다. 봄꽃이 핀 사과나무밭을 화사하게 그린 이대원의 ‘농원’시리즈는 블루칩 작품으로 꼽히며 200x102cm 크기(변형 120호)의 경우 1억~1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미술계 관계자는 “이 화백의 작품은 제작시기가 중요한데 전 전 대통령이 작가에게 직접 주문해 받았다니 1990년대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작품 상태를 체크해봐야겠지만 90년대 작품일 경우 1억5000만원까지 호가할 수 있다. 2000년대에 제작한 그림은 1억원(120호)대로, 전 시기 작품보다 가격대가 다소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또다른 미술관계자는 “세도가들의 집에서 나온 수집품을 나중에 감정 등을 거쳐 최종 분류해보면 100점 중 소위 ‘꼴꼴’한 작품은 10점, 15점도 안되는 예가 허다하다. 이번 전재국 대표의 연천 허브빌리지 수장고의 압수수색 과정서 드러난 불상의 경우 우리 것도 아니고, 작품성도 떨어져 보인다. 또 허브빌리지에서 압수된 그림 중 보도를 통해 일부 드러난 그림은 수준급이라 볼 수 없다. 일각에서 190점이 압수됐으니 규모가 총 수십억원대는 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성급한 예단이다. 정확하고 엄정한 진위감정및 가격감정이 먼저 이뤄진 뒤 이를 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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