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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20년 약속한 디아블로의 신명나는 결성 20주년 자축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통계청이 조사한 ‘사업체 연령별 현황 및 특성(2010년 기준)’에 따르면 전 산업의 평균 존속기간은 8년 4개월이었다. 이는 한 가지 일로 10년 이상 먹고 사는 일이 어렵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그중에서도 예술ㆍ스포츠ㆍ여가 관련 서비스 업종의 존속 기간은 더욱 짧아 4년 4개월에 불과했다. 대한민국에서 뮤지션으로 살아가는 일은 일종의 모험이나 다름없다.

하루에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싱글과 앨범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 속에서, 대중음악만을 업으로 20년 이상 활동해 온 아티스트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천연기념물에 가깝다. 지난 1993년 데뷔한 밴드 디아블로(Diablo)는 대중음악에서 소외된 장르인 록, 그중에서도 변방인 헤비메탈을 20년 동안 고집해 온 희귀종이다. 이만하면 존재 자체만으로도 팬들 입장에선 고마울 만도 한데, 디아블로는 결성 20주년 기념 앨범 발매와 공연이라는 성대한 자축과 함께 새로운 20년을 약속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 2일 오후 7시 서울 서교동 브이홀에서 디아블로 결성 20주년 기념 공연이 열렸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나이 지긋한 중년 남성 팬부터 젊은 여성 팬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은 디아블로의 20년 역사의 살아있는 증거였다. 디아블로는 첫 정규 앨범 ‘디자이어러스 인펙션(Desirous Infection)’의 수록곡부터 지난달 31일 발표한 결성 20주년 기념 미니앨범 ‘더 키퍼 오브 소울스(The Keeper of Souls)’의 수록곡까지 2시간 30분에 걸쳐 무대 위에 자신의 역사를 쏟아냈다. 관객들은 수시로 객석 중앙에 거대한 원형 공간을 만들어 서로 격렬하게 몸을 부딪치며 음악에 열광했다. 


디아블로는 지난 7월 레드불 록밴드 오디션 ‘라이브 온 더 로드(Live on the Road)’에서 쟁쟁한 밴드들을 제치고 우승한 데 이어 헤비메탈 밴드와 음악을 테마로 기획된 게임 ‘미스터 브레이커’의 기획과 제작 전반에 참여하는 등 활동의 외연을 넓혔다. 디아블로는 건재함의 비결이 세월에 늘어지지 않는 열정이란 사실을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증명하고 있었다.

20주년 공연답게 게스트 무대 역시 볼거리였다. 첫 번째 게스트였던 후배 밴드 로맨틱펀치(Romantic Punch)는 특유의 화려한 무대 매너로 객석을 장악했다. 두 번째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한국 메탈계의 거목이자 선배 밴드인 나티(Naty)는 육중한 기타 리프로 관객들을 몰아붙였다. 세 번째 게스트로 지난달 25일 대구 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 라이이온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에서 애국가를 열창해 화제를 모았던 차지연이 무대에 올라 디아블로와 강렬한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펼쳤다.

블랙신드롬의 보컬 박영철, 바스켓노트의 기타리스트 유병열, 크라티아의 베이시스트 김인철 등 공연장을 찾은 뮤지션들의 면면 또한 화려했다. 밴드 블랙홀,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 김바다, 옐로우몬스터즈 등 수많은 로커들의 축하 영상도 관객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줬다.

관객들을 가장 열광시킨 디아블로와 연년 멤버 박정원의 콜라보레이션 무대였다. 무려 17년 동안 밴드와 고락을 함께 했던 박정원이 무대에 오르자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로 맞이했다. 박정원이 현재 밴드의 보컬인 장학과 어깨동무를 하며 포효하듯 소리를 내지르자 객석의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디아블로는 “팬들의 존재가 곧 밴드의 존재의 이유”라며 “앞으로도 20년 이상 팬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며 땀 흘리고 싶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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