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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충 사로잡은 ‘봄의 제전’…전석 기립박수
래틀의 환상 지휘…베를린 필 2년만에 내한공연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스트라빈스키의 걸작 ‘봄의 제전’ 연주를 끝내자 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합창석까지 전석을 메운 청중은 기립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연주는 왜 래틀이 현대음악의 거장으로 불리는지를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100년 전에는 파격이던 8분의 5박자의 리듬감에 현악기 주자들은 의자가 들썩일 정도로 한껏 몰입했고, 도입부의 바순 솔로 연주는 매끄럽고도 섬세했다. 단원 개개인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췄기에 가능한 조화였다. 앙코르 없이 연주자들이 무대 밖으로 퇴장할 때까지 객석의 박수는 그칠 줄 몰랐다.

2년 만의 내한공연 첫날인 이날 슈만의 교향곡 1번,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순서로 ‘봄’을 주제로 한 연주가 이어졌다. 래틀(58)은 공연에 앞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슈만은 ‘봄’의 기쁨, 설레는 마음인데, ‘봄의 제전’은 러시아의 혁명과 1차 세계대전 촉발 등의 배경으로 암울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공연에서의 그의 지휘는 가벼운 몸놀림에서 시작해 봄의 신에게 제물로 바쳐진 처녀가 광란의 상태가 되어 춤을 추는 모습을 그린 ‘봄의 제전’에선 원초적 리듬감으로 오케스트라 전체를 휘감았다.

12일 연주곡은 보다 더 현대적인 불레즈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타시옹’과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이다. 래틀은 “개인적으로 브루크너를 사랑한다. 무게감과 깊이감, 텍스처가 살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로 보면 불레즈의 곡은 칸딘스키나 미로의 그림이고, 브루크너는 어두운 게 렘브란트다”고 비유했다.


래틀은 “모든 음악은 당대의 것이란 점에서 현대적이어야 한다. 베를린 필은 바흐 작품을 바로 어제 작곡한 곡처럼,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과 불레즈의 곡이 수세기 전부터 내려온 것처럼 들리게 하는 게 목표다”고 현대적 해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줬다. 그는 “최근 20~30년 동안 현대음악은 엄청난 발전을 했고, 다양성을 구가하게 됐다. 젊은 작곡가들은 예상할 수 없을 지경으로 장르 한계를 넘나들며 청중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베를린 필을 이끌고 2018년 이후에 이 교향악단을 떠나기로 한 래틀은 “2018년까지 5년은 긴 시간이다. 베를린 필 가족과 이루고 싶은 게 많다. 혹자는 런던으로 다시 돌아가냐고 하는데 미지수다”고 여운을 남겼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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