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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과 줄사이…시공간 넘는 특별한 음계
미디어 아티스트 이재이‘ 중력과 가벼움’展
내달 31일까지 두산갤러리


2011년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이자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재이(40)의 개인전이 열린다.

서울 연지동 두산갤러리는 이 작가의 ‘중력과 가벼움(Gravity and Lightness)’전을 12월 31일까지 개최한다. 이재이는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이미지의 비실재성이나 고정관념의 불확실성을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영상, 설치, 사진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더 플래시 앤드 더 북(The Flesh and the Book)’은 현대무용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머스커닝엄무용단에서 활동했던 40~60대 무용수 다섯 명이 등장한다. 평면같은 새하얀 공간에 다섯개의 고무줄이 오선지마냥 뻗은 무대에서 검정 옷을 입은 그들이 자유롭게 움직인다. 무용수의 움직임은 음악의 음계를 눈으로 보는 것 같은 청각적 이미지를 구현한다. 줄과 줄 사이에서의 움직임, 거리감에 따라 달라지는 신체 크기를 통해 마치 평면으로 보이는 화면에 공간감이 살아나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2007년 작 ‘노트(Notes)’가 연상된다. 

이재이‘ The Flesh and the Book’, 4채널 비디오, 사운드, 5분 45초, 2013.                                             [사진제공=두산갤러리]

이재이는 이번 전시에서 섭외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은퇴한 무용수가 완벽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꺼려했기 때문이다. 4개 채널 영상으로 본 나이든 무용수의 움직임은 확실히 전성기의 그것과는 달랐다. 그렇다고 엉성하거나 허술하지는 않았다. 30년 넘게 같은 동작을 수만번 반복했을 그들의 근육은 세월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무대를 떠난지 한참이지만, 무용수로서 아우라는 그대로였다. 동작은 유연하지 않을지 모르나 정확하고 표정이 풍부했다. 시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쌓인다. 몸에 새겨진 역사와 시간이 고스란히 읽힌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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