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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법부’ 아니라더니…전체 규제개혁안 중 절반 이상 야당이 발의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의원입법이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 속에서 의원입법을 통한 규제 신설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규제개혁이 되고 만다. 앞으로 국회 차원에서 의원입법에 관한 규제 심의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의해주길 바란다”(박근혜 대통령 3월 20일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3권 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 기본제도이자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인 국회의원 입법활동을 규제하겠다는 발상이 정상인지 의문이다”(새정치연합 전병헌 원내대표 3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규제개혁을 놓고 국회를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시각과 이에 맞서는 야당의 시선에는 이처럼 온도차가 컸다. 야당은 국회가 대통령 주문에 맞춤형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통법부’가 아니라며 박 대통령의 규제드라이브에 거세게 저항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이 회의에는 관련부처 장관과 전경련 등 경제단체장을 비롯해 갈비집 사장 등 자영업자 60여 명 등 총 140여 명이 참석해 끝장 토론을 벌였다. 이날 회의 전 과정이 사상 처음으로 TV로 생중계 됐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하지만 박 대통령의 ‘규제는 암덩어리’ 발언 후 한 달간 국회에 쏟아진 규제개혁 법안 중 과반수가 야당에서 발의됐다. 박 대통령에 협조할 것으로 예상됐던 여당의 법안은 오히려 절반에 크게 못 미쳤다.

야당 지도부가 반발하는 사이 정작 당내 의원들은 규제개혁안을 적극 고안한 셈이다. 반면 여당에 기대했던 박 대통령과 앞장서 규제개혁에 나설 것만 같았던 여당은 서로 머쓱해지게 됐다. 


▶여당 15건 VS 야당 22건= 한 달 동안 발의된 규제개혁안은 39건으로 정부 법안 2건을 제외하면 37건이 의원입법을 통해 제출됐다. 새정치연합이 21건, 정의당 1건 등 야당의 발의안이 22건에 달했다. 이는 전체의 60%에 해당하는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15건으로 전체의 40%에도 못 미쳤다.

수치만 놓고 보면 예상을 뒤엎는 결과다. 지난달 20일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하던 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최고위에서 “‘규제가 창조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국민과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당이 정부와 함께 규제개혁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규제개혁 관련 업무를 총괄할 국민경제혁신위원회도 구성했지만 법안발의 결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새정치연합 또한 반전이다. 지나친 규제개혁을 경계하더니 사실상 지난 한 달 규제개혁 의원입법을 이끌었다. 분야면에서도 다양하다. 새누리당 법안은 전체의 60%가 국토교통위원회 소관인 반면 새정치연합 법안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방위원회까지 비교적 고르게 분포됐다. 


▶가려운 곳 긁어주기보다 풀어주기 많아= 발의된 규제개혁안의 일부는 특정기업만을 위한 규제개혁이나 난개발을 유도할 수 있는 법안들이었다. 민생과 직결되는 법안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국민 삶 깊숙히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보다는 1차원적인 규제개혁에만 집중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어촌 민박 투숙객들을 대상으로 조식제공을 허용해 민박서비스를 제고하자는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 발의안, 상가임차인들의 안정적인 영업기회를 보장하는 정의당 서기호 의원 발의안이 그나마 눈에 띄었다.

반면 기업만을 위한 규제개혁이나 난개발을 유도할 수 있는 법안들도 포함됐다.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은 기업이 비인기종목 운동에 지원하는 비용에 대한 법인세 공제율을 2배로 늘리자고 제안했고,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은 기업이 해외에 기부해도 세제혜택을 주자고 주장했다. 같은 당 강석호 의원도 화물차, 여객차, 철도 등에 대해 3년마다 규제를 재검토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 것을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의 박완주 의원은 탄약창 주변 구역을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 것을 제안했다. 박 의원은 탄약창 보호구역범위를 기존 1㎞에서 500m로 줄여 주택 증ㆍ개축 및 각종 시설 신ㆍ개축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시장에서 난개발을 우려할 수 있지만, 주민 재산권 행사 차원에서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난개발은 각 지역 시도지사들이 잘 관리하면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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