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이념 초월’ 미수교국과 대화
韓, 아시아 종교문명 메카 급부상
中 ‘기독교토착화 멘토’ 한국 지목
점진적 대화 확장 등 활발한 활동
北과 불교 개방 직간접 접촉 지속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중 중국과 북한 등 교황청 미수교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언급하면서 아시아 가톨릭의 중심으로 부상한 한국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교회의 성장세가 아시아내 다른 가톨릭 국가보다 빠르고 강하며, 지정학적 위치나 문화적 다양성 면에서 한국이 중국, 북한과의 종교적 소통을 잘 해낼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G2국가로서 종교에 배타적이지 않다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심으려는 중국이 최근 한국 기독교(개신교)계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면서 한중 기독교 교류가 물꼬를 튼 상황이어서, 한국을 매개로 한 중국과 로마교황청 간 가톨릭계 소통의 기대감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개신교계에서 이미 한중교류가 진행되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와서 ‘이념을 초월한 대화’를 주창함에 따라, 대한민국이 ‘아시아 종교문명의 중심지’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서산 해미 순교성지 성당에서 진행된 아시아 주교단과의 만남을 통해 중국, 북한과의 대화를 희망한다고 했다. 교황이 로마교황청이 아닌 한국에 와서 중국, 북한과의 대화를 거론하고 나선 것은 한국 교계가 일정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목되는 것은 “가톨릭이 ‘외부세력’으로서 들어와 세력을 확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특정 국가나 커뮤니티를 위해서 일하는 훌륭한 시민이 될수 있다”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의 교황 언급에 대한 해석이다. 이는 해당 사회의 구성원으로 충실한 그리스도인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해당 커뮤니티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종교문화활동을 벌이겠다는 점은 최근 한중 개신교계가 추구하고 있는 중국내 기독문화 발전 전략과 비슷한 맥락이다.
중국의 기독교관련 창구는 정부의 종교국-기독교협회-삼자애국운동위원회 체제로 ‘단일화’돼 있다. ‘삼자’란 자치, 자전, 자양 등 중국 공식 기독교의 3원칙을 가리키는 것으로 ‘중국 중심의 토착화’를 도모하되 ‘선교제국주의’를 거부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종교정책에 따른 것이다. 한마디로 ‘정치체제 유지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종교활동을 확대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 기독교계는 이같은 ‘중국식 기독교 문명화’의 멘토로 한국을 지목하면서 구애활동을 벌여 그결과물로 지난 6월17일 한ㆍ중기독교교류협회(집행위원장 박봉수 목사)를 창립한 바 있다.
교황청와 중국 간의 문호도 이같은 ‘상호 현실 존중’의 기반위에서, 중국내 교리 체계의 재정립 작업과 한국을 매개로 한 점진적 대화 확장이 병행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종교활동은 불교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고, 남북한 불교도의 만남이 직간접적으로 지속되고 있어, 북한의 제한적 종교 개방의 밀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마지막 일정으로 불교, 개신교 등 범종교계 대표와 간담회를 가진 것은 한국이 ‘종교화해의 선구자’ 역을 하는 계기가 될수 있다는 기대감도 표출되고 있다. 또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최근 터키의 이슬람계, 시리아 가톨릭, 그리스정교회 등을 한국으로 초청해 교류하는 등 화해의 보폭을 넓힌 바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