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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Y의 삼성 ‘반도체 천하통일’ 도전
이병철·이건희 회장이 일군
메모리반도체 혁명 ‘바통터치’…초미세공정 발빠른 투자 결정
시스템반도체 역량강화 숭부수…128GB 내장메모리 첫 양산


“1983년 2월 이른 아침 일본 오쿠라 호텔. 전날 많은 생각으로 잠을 설친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날이 밝자마자 수화기를 잡았다. 누가 뭐래도 반드시 삼성은 반도체 사업을 해야겠소. (한국반도체산업협회ㆍ반도체, 신화를 쓰다 中)”

소위 ‘2ㆍ8 도쿄 선언’이라 일컬어지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결단이다. 반도체를 삼성의 주력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결단은 이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발로 뛰는 인재ㆍ기술경영과 과감한 투자를 거쳐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부동의 1위’라는 결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반도체 역사 40년을 맞이하는 올해, 삼성은 다시 한 번 ‘이재용 발(發) 반도체 혁명’을 준비 중이다. 선대가 개척한 ‘기름진 땅’에 머무르지 않고, 쟁쟁한 경쟁자가 득실대는 박토(薄土)로 박차고 나가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다.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주도하는 ‘신(新) 반도체 혁명’은 크게 ▷초미세공정 선도 ▷과감한 투자 ▷시스템반도체 역량강화 등 세 줄기로 나뉜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초미세공정을 선도하라=우선 초미세공정 선도를 위해 이 부회장은 2013년 14나노(1nm=10억분의 1m) 핀펫(Fin-Fet) 공정에 대한 투자를 발 빠르게 결정했다. 당시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계 1위 주자인 대만 TSMC가 16나노 공정 투자를 발표했을 때다. 1983년 반도체 사업 초기 4K, 16K, 32K 등의 단계를 모두 생략하고 6개월 만에 64K D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선대의 신화를 그대로 재현한 셈이다.

반도체는 더욱 미세한 공정이 적용될수록 성능과 전력효율이 상승한다. 실제 삼성전자가 지난달 세계 최초로 양산을 선언한 14나노 핀펫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기존 20나노 제품보다 성능은 20% 향상된 반면, 소비전력은 35% 감소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1위 자리를 줄곧 유지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부문의 공정 미세화에도 과감히 선행투자를 진행, PCㆍ모바일ㆍ서버ㆍ그래픽 등 모든 제품군에서 20나노 D램 라인업을 구축하는 한편, 업계 최초로 3D V낸드플래시 양산에도 성공했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반도체회로학회에서 10나노급 PC용 D램을 만들 수 있는 핵심기술을 발표, 올해 안에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를 할 땐 과감히…승부수를 던져라=초미세공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투자에도 이 부회장은 적극적이다. 총 투자금액만 약 25조원에 달하는 ‘평택ㆍ시안 프로젝트’가 그 중심이다. 우선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들어설 반도체 공장은 6월께 착공할 전망이다. 평택 반도체 1기 라인은 79만㎡ 규모로 삼성전자는 15조6000억원을 투입해 2017년부터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아직 해당 라인에서 생산할 제품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전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14나노 핀펫 모바일 AP 파운드리 의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스템반도체 생산능력을 확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8월 중국 시안에 약 8조원을 투자, 낸드플래시 공장을 짓기도 했다. 지난해 5월부터 양산 체제에 돌입한 시안 공장은 최대 생산능력이 웨이퍼(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얇은 실리콘 원판) 기준 10만장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올해 연구개발(R&D)에도 약 15조원 이상을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14조7800억원, 지난해 15조3255억원의 R&D 투자를 감행했는데, 올해는 신규 시설투자가 대규모로 이뤄지는 만큼 관련 R&D 투자액도 함께 늘어날 것이란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시스템반도체 역량강화로 반도체 천하통일=이 부회장은 앞선 초미세공정 선도와 과감한 선행투자 전략을 아우르는 시스템반도체 힘 기르기도 올해 더욱 속도를 낸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얼굴’ 격인 갤럭시S6 시리즈에 과감히 자체 개발한 모바일 AP ‘엑시노스’를 탑재한 것이 그 신호탄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제왕’으로 손꼽히는 갤럭시S6 시리즈를 통해 엑시노스와 14나노 핀펫 공정의 우수성 및 신뢰성을 알리고, 동시에 캡티브마켓(계열사 간 내부시장)의 효율성도 극대화하는 고도의 전략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그간 시스템반도체 부문의 약점으로 꼽혔던 ‘원칩(모바일 AP와 통신모뎀을 결합)’과 ‘코어(핵심회로) 설계’ 능력도 대폭 보강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임원진들에게 “모바일뿐 아니라 다양한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기술역량을 강화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퀄컴이 크레이트 등 자체 코어를 직접 설계해 사용하는 만큼, IP(설계자산)을 강화하는데도 주력하라는 지시로 풀이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3비트(bit) 낸드플래시 기반의 128기가바이트(GB) 스마트폰용 내장메모리<사진>를 업계 최초로 양산하며 모바일 기기의 메모리 고용량화 바람을 예고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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