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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용카드 홍수]카드사도 모르는 신용카드 종류…연간 100여종?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글쎄요. 수 백개인데. 1000개 넘을 수도 있고요” “안 세 봐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아무도 모를 걸요” 신용카드 종류가 몇 개나 되는지 카드사에 물으면 한결 같이 들려오는 답은 “모른다”다. 카드사 조차도 신용카드 종류가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많은 신용카드가 새로 발급되는지 모른다.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모르는 게 신용카드인 셈이다.

신용카드 홍수시대다. 단 돈 몇천원 하는 것도 거리낌 없이 신용카드를 내밀 정도로 신용카드는 재빠르게 현금을 제쳐내고 있다. 하지만 무분불하게 쏟아지는 신용카드는 천문학적인 사회적 낭비를 가져오고 있다. 불필요한 돈이 애꿎은 곳으로 흘러가거나, 아니면 아예 휴지통으로 변할 신세인데도 무수히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드 업계에 따르면 매년 새로 발급되는 신용카드는 약 100만장 가량 추산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용카드 누적 발급장수는 9232만장. 국민 1인당 1.8장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어 세계에서도 1~2위를 다투는데 매년 카드 발급은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구가 많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카드발급 만큼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애기다.
[사진=게티이미지]

게다가 그 종류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카드사 조차 자사 카드 종류가 얼마나 되는지 모를 정도다. 업계에 따르면 매년 회사에 따라 적게는 10개, 많게는 40개에 달하는 신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카드 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의 모(母)카드가 수십개의 카드를 새로 낳는 등 가지치기 하는 카드수도 만만치 않다”며 “기존 카드를 리뉴얼하는 것 까지 따지면 대략 연간 신상품만 100여 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카드사의 경우 매년 새로운 이름을 단 카드가 30~40개씩 탄생하고 있다. 메인 카드 앞에 ‘○○○’라는 이름이 붙은 각종 제휴카드까지 합치면 종류가 100개가 넘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카드 종류만 700~800개에 이른다. B카드의 경우에도 160여종, C카드 역시 100여 종에 달한다. 물론 이는 제휴카드를 뺀 숫자다. 제휴카드가 주를 이루는 브랜드 카드사인 경우엔 카드 종류만 1만5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카드 종류가 하도 많고 매달 새로운 신상품이 쏟아지다 보니 발급장수가 10만장 넘기기 조차 힘들다”며 “심지어 어떤 카드는 회원수가 200명인 파리목숨인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한다는 점은 신용카드 홍수시대는 고개를 갸웃 거리게 만든다. 업계에 따르면 카드 한 장 발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카드 모집인 비용까지 합해 많게는 15만5000원이 들어간다. 연간 100만장의 카드가 신규로 발급되는 점을 감안하면 카드 발급에만 매년 155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래도 최근엔 비용을 낭비하지 말자는 차원에서 카드사용에 대한 인센티브도 주고 그러다 보니 사정이 좋아져 사용률이 70~80%는 된다”며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새로 나오자 마자 쓰레기통으로 직통하는 카드도 부지기수 였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신용카드는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 누적 카드발급 장수, 결제건수 및 결제금액, 건당 결제금액 정도가 쉽게 접할 수 있다. 신용카드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종류의 카드가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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