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8년(순조 18) 1월 25일, 성균관 사성 이형하(李瀅夏)가 다음 해에 있을 식년시를 앞두고 순조에게 한 통의 상소를 올려 과거의 폐단을 아뢰면서 과장에서 일어났던 부정행위를 조목조목 언급하였다.
거리낌 없이 남이 대신 글을 짓고 대신 써 주는 것, 수종(隨從)들이 너도나도 책을 가지고 과장에 들어가는 것, 과장에 아무나 함부로 들어가는 것, 시험지 제출이 순서 없이 뒤죽박죽되는 것, 바깥에서 써 가지고 들어가는 것, 시험 문제를 유출하는 것, 이졸(吏卒)들이 얼굴을 바꾸어 드나드는 것, 답안을 마음대로 바꾸고 농간을 부리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부정행위들이 생겨나 제가 다 셀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묘사된 과거시험장의 풍경이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질서가 문란하여 어이가 없을 정도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에 응시하는 사람들은 평소 ‘낙(落)’ 자를 입에 올리기도 꺼릴 정도로 합격하고자 하는 염원이 강했다고 한다. 성실한 노력들을 짓밟는 과거시험의 부정행위도 어이가 없지만, 이 말도 안 되는 부정행위가 버젓이 자행될 수 있었던 허물어진 기강이 더 위험해 보인다.
강성득(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