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보들레르의 ‘악의 꽃’,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쟝르가 다른 이 책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금서조치를 당한 책이란 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킬박사와 하이드’, ‘돈키호테’, ‘몬테크리스토 백작’, ‘레 미제라블’ 등 뮤지컬의 소재로 인기있는 이들 소설도 모두 출간 당시 금서였다. 주인공이 불륜을 저지른 후 아름다워졌다는 묘사로 출판 금지된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열여섯 살의 소년이 우연히 만난 창녀에게 동정을 잃었다는 대목으로 금서가 된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등 현재 고전은 과거의 금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서의 잣대는 권력자에게 속했다. 특히 가톨릭국가에서는 잣대가 엄격했다. 교황 피우스 9세의 금서목록에는 ‘보바리 부인’ 을 비롯, 발자크와 스탕달의 모든 소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까지 19세기 가장 존경받는 소설가들이 모두 포함됐다. 스페인은 이들 금서를 공개적으로 불태웠다, 칸트의 모든 저서, 루소의 ’에밀‘과 ‘사회계약론’도 사회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교황청은 금서로 지정했다. 1870년에서 1929년 사이, 이탈리아에서는 책 4000종과 2400명의 저자가 ‘금서목록’에 포함됐다, 한국의 금서 역사 역시 길다. 현대만 놓고 봐도 군사정권 시절은 책의 수난시대였다. 권력을 비판하거나 이념적 색채가 강한 책은 모두 금서로 묶였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1987년 이후에도 국가보안법에 의해 사상서들은 제재를 당했다. 최근에는 일부 보수단체가 좌편향 책을 선정,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독서문화시민연대는 이에 우려를 표명하고, 9월1일부터 ‘금서 읽기 주간’을 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더 열렸다는 증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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