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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이윤미] 창비의 변명 통할까
’한국의 대표작가‘ 신경숙의 표절 사태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나면서 대중의 관심은 다소 수그러든 모양새다. 골방으로 들어간 작가와 침묵하는 출판사 사이에서 소위 ‘문학권력’ 주변의 목소리만 컸던 시간이었다.

당시 실망과 분노가 컸던 독자들은 당사자들의 공감할 만한 한 마디를 절실히 기다렸지만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문제의 소설을 출간했던 창비가 계간 문예지 ‘창작과 비평’ 가을호를 통해 마침내 속말을 털어놔 논란을 재점화시키는 분위기다. 백영서 ‘창작과비평’ 편집주간은 계간지 ’책머리에‘서, 사태를 겪고 내는 이번 가을호에 대한 조심스러움을 내비치며, 먼저 ”사죄드린다“고 밝힌 뒤, 그동안 묵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길게 설명했다.

백 주간은 “그간 내부토론을 거치면서 신경숙의 해당 작품에서 표절 논란을 자초하기에 충분한, 문자적 유사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합의했다”며 “하지만 동시에 그런 유사성을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당시 입장과 다르지 않은 창비의 최종 입장인 셈이다. 백 주간은 그동안의 침묵과 관련해선, 사회의 마녀사냥식 “단죄하는 분위기 탓”을 했다. 무슨 말을 하든 작가를 매도하게 되거나 ‘타락한 문학권력’이란 비난이 두려웠다는 것이다. 우리사회 건전한 양심을 표방해온 창비의 또 다른 얼굴을 보는 듯하다.

창비의 무성의와 변명은 표절사태를 다룬 ‘긴급기획’을 보면 아연해진다. 외부평론가들이 당시 ‘신경숙 표절 사태‘와 관련, 여기저기서 벌어진 토론회에 발표한 평론들을 두루뭉수리하게 묶어낸 것이다. ‘긴급기획’이란 말이 낯뜨거울 정도다. 당시 대표이사가 사과문을 통해 “내부의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의지는 온데 간데 없다.

창비는 이젠 분위기가 가라앉았으니 할 말을 해보자는 심사인 듯 보인다. 자기반성 없이 남탓으로 일관하는 창비의 태도는 또 한번 독자들을 실망시킨다. 창비 계간지의 얼굴격인 특집은 ’시대 전환의 징후를 읽는다’로 두툼하게 꾸며졌다. 시대 징후는 멀리서만 오지 않는다. 내 옆에 도착해 있기도 하다. 창비의 면피용으로 끼워넣은 ‘긴급기획’과 거대담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난감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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