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오른 직후 몇 분 만에 범인의 계정 차단 및 삭제로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일부 사용자들에게 공유된 동영상은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소셜 미디어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미국 버지니아주 베드포드 카운티 경찰에 따르면 이 지역 방송사 WDBJ의 앨리슨 파커(24) 기자와 카메라기자 애덤 워드(27)가 이날 오전 6시45분께 인터뷰 현장에서 피살됐다. 용의자는 이 방송사 전직 기자로 41세의 베스터 리 플래내건으로, 현역 기자 시절에는 브라이스 윌리엄스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범행 동기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외신에 따르면 증오 범죄로 추정되고 있다. 용의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사망한 남녀 기자를 겨냥해 각각 “한번 같이 일한 뒤 나 때문에 인사부에 갔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신고했으나 방송국이 그대로 고용했다”고 비판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국 생방송 총격 사건 용의자 베스터 리 플래내건(브라이스 윌리엄스)의 트위터 페이지. |
트위터는 플래내건의 동영상이 포스팅된 지 8분만에 계정을 차단했으며 페이스북은 용의자의 프로필과 페이지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영상 원본은 이미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순식간에 수백차례 공유됐으며 역시 ‘오토플레이’ 기능으로 사용자들이 원치않아도 재생되고 있다.
동영상 서비스는 현재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핵심적인 사업 콘텐츠로 떠올랐다. 트위터는 올들어 오토플레이 기능을 도입했으며 라이브 스트리밍 앱인 페리스코프를 인수했다. 페이스북 역시 사용자들에게 라이브 비디오(생방송 동영상)을 포스팅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오토플레이 기능과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의 확산됨에 따라 모바일 기기를 통해 끔찍하고 비극적인 폭력을 손쉽게 접하도록 한다는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페리스코프의 경우 일부 사용자가 태국 방콕 폭탄 테러 희생자의 시신을 방송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생방송총격사건에 대해 “증오와 자기애(나르시시즘), 총기, 그리고 소셜 미디어가 만들어낸 가학적인 공포의 전시(display)”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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