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타계한 스타급 신경학 전문의 올리버 색스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란 책으로 유명하다. ‘도대체 이런 것도 질환이라 할 수 있을까’ 싶은 특이한 증후군을 가진 환자들의 얘기들이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란 제목도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인식불능증 환자였던 음악가가 실제로 자신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해 머리에 쓰려고 했던 데서 따온 것이다. 음악 애호가였던 색스는 특히 음악질환에 관심이 많았다. 음악이 주는 흥분과 감동을 느끼지 못하거나 왜곡되게 받아들이는 환자에 연민과 의문을 느꼈을 법하다. 색스가 소개하는 희귀질환 가운데 음악간질이란 게 있다. 음악을 들으면 발작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환자마다 음악의 장르나 악기의 종류가 저마다 다르다. 발작을 일으키는 음악은 한 곡이 될 수도 있고 여러 곡이 될 수도 있다. 측두엽에 이상이 생겨 음악이 주는 정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소음으로 인식하는 실음악증도 있고, 머릿속에서 한 곡이 한없이 반복되는 경우도 있다. 또 음악을 들으면 맛을 느끼거나 색을 떠올리는 이도 있다. 이들 희귀질환은 뇌와 관련돼 있다는 것 외에는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그런데 이들 희귀질환의 증상을 보면 어쩐지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가 조금씩은 갖고 있는 어떤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색스는 음악사랑을 언어와 마찬가지로 본성으로 봤다. 그래서 ‘뮤지코필리아’, 즉 ‘뮤직’(음악)과 ‘필리아’(사랑)의 합성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음악을 듣는 것은 단순히 청각적이거나 정서적인 일만은 아니다. 운동근육과도 관련돼 있다. 몇년 전, 영국의 국영방송 BBC에서 ‘음악이 없는 날’ 행사를 진행했다. 하루동안 라디오에서 음악을 틀지 않은 것이다. 음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려는 취지가 영화, 게임, 인터넷 탓에 실패했다. 색스가 틀린 걸까.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