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창작 지원 및 연극 지원 사업 선정 과정에서 위원회 측이 특정 예술가를 배제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은 1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원 사업이 “정권 차원의 문화예술계 길들이기로 변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 의원은 박근형 연출가의 신작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문화예술위의 연극 지원 ‘창작산실’ 사업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풍자를 담은 ‘개구리’가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또 문학 각 장르별 우수작품 100편에 1000만원씩 지원하는 ‘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서도 심사위원들이 애초 뽑은 102명의 작품이 조정 과정에서 70편으로 축소됐고, 이 과정에서 희곡 분야 1순위인 이윤택 작가의 ‘꽃을 바치는 시간’도 탈락했다고 도의원은 지적했다.
도 의원은 주장의 근거로 문화예술위 관계자와 지원사업 개별 심사위원 간의 녹취록을 국감 현장에서 공개했다. 녹취 내용은 지난 6월 18일 문화예술위에서 심사위원들과 임원급 직원 사이에 이뤄진 대화의 발췌본이다.
이에 따르면 문화예술위 직원은 심사위원들이 뽑은 8개 후보작에 포함된 박근형 작가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제외해줄 것을 심사위원들에게 직접 요구했으며, 그 이유도 사실상 ‘정치적’ 이유임을 밝혔다.
직원의 언급엔 “대통령의 아버지를 직접 거론한 문제 때문에 특수하게 (특별히 지정해서 요구하게) 된 것”이라며 “위원회가 만약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이라면 그냥 좋게 발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그런 결심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 같은 직원의 설명에 심사위원들이 “우리는 그러면 안 되지 않느냐. 5공화국도 아닌데”라는 발언들도 등장한다.
도 의원은 “결국 박 작가 스스로 지난달 신청을 철회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됐으며, 이 과정에서도 문화예술위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문체부 김종덕 장관은 “이미 여러 차례 문화예술위 지원을 받았던 이 작가의 탈락이 정치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문화예술계 내에서도 정치적 이슈화에 골몰하는 이들이 있는 것은 문제”라고 답했다.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은 “서울시립미술관이 얼마 전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 테러 사건을 미화하는 작품을 전시하려다 공분이 일었던 사건이 있었다”며 “문화예술계에서도 이런 점들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선교 의원은 “시민의 예산 지원이 이뤄지는 작품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우려가 있다면 지원 철회가 마땅하다”며 “박 작가의 신작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의내용 또한 모든 면에서 논란의 소지를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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