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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신교 선교 130주년] 죽어서도 코리아에 묻히길 원한 언더우드
[뉴저지=이윤미 기자 글ㆍ사진] 미국의 노동절 연휴가 끝난 지난 9월 8일(현지시각), 개학을 맞은 뉴저지주 뉴브런즈윅 신학교 캠퍼스는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의 활기찬 발걸음으로 분주했다. 묵직한 백팩에 이어폰을 꽂고 한 손엔 커피를 든 학생들은 강의실로 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134년 전, 캠퍼스의 표정도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1881년 그 해 가을, 수업이 시작된 첫 날 한 학생이 ‘홀리 힐’(‘신성한 언덕’) 을 향해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의 얼굴과 발걸음이 남달랐던지 그를 관찰했던 한 학생은 이렇게 증언한다.“그를 처음 본 순간을 나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는 수업이 시작되는 첫날, 뉴브런즈윅의 신학교로 가는 길을 걷고 있었는데 나는 어떤 이에게 그가 누군인지 물어보았다. 그를 처음 보았는데도 그의 얼굴에 나타난 어떤 목적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집념으로 인해 나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 특별한 인상을 남긴 학생이 바로 한국 기독교의 초석을 놓은 최초의 장로교 선교사 호러스 언더우드(1859~1916)다.



뉴욕대를 졸업한 그 해, 언더우드는 곧바로 뉴브런즈윅 신학교에 입학했다. 뉴브런즈윅에서 3년 신학 과정을 마친 언더우드는 의사선교 과정까지 열정적으로 이어갔다. 그리고 1884년 12월, 그는 뉴저지를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그의 최종 목적지는 ’땅 끝‘, 코리아였다. 1885년 1월 일본에 도착한 언더우드는 세 달 뒤인 4월5일 부활절, 인천항을 통해 한국에 첫 발을 내딛는다. 그 옆에는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가 있었다. 언더우드의 나이 25세, 아펜젤러는 26세였다. 





한국에 기독교가 들어온 지 130주년을 맞아 한국 기독교 신앙의 뿌리이자 근대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언더우드와 아펜젤러의 미국 내 자취를 돌아봤다.



미국 뉴저지주 노스 버건시 46 번가 언덕에는 화강암 벽이 하얗게 빛나는 아담한 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170년된 미국 초기 교회 중 하나인 화란개혁교회인 ’그로브 처치‘(Grove church)다. 맨해튼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링컨터널 입구에 자리잡은 이 교회는 초기 영국과 독일 이민자들이 주류를 이뤘다. 지금도 다민족 다인종 문화를 자랑하는 이 교회의 외관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설립 당시에는 어두운 색으로 칠해진 목조건물이었으나 1973년 리모델링 중 내부가 전소돼 새로 지은 것이다. 교회 정문 옆에는 교회가 처음 문을 연 때부터 1973년 불에 타기까지 주일마다 마을을 깨우던 커다란 종이 전시돼 있다. 지금 교회의 원형은 사라졌지만 교회의 옆 뜰, 햇살이 넓게 퍼지는 교회 묘지는 교회의 오랜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투명하고 맑은 가을 햇살속에 아직 풀과 나무들이 푸르른 묘지에는 피어슨, 모다렐, 뉴 바우어 등 이름들이 길게 이어졌다. 모두 이 교회를 다녔던 교인들이다. 





묘지의 주인공들을 따라 언덕 자락 쪽으로 올라가면 빈 터와 기념비가 눈길을 끈다. 언더우드가 묻혔던 묘지 터다. 선교활동 중 병이 든 언더우드는 형이 사업을 벌이고 있던 애틀랜틱 시티에 1916년 치료차 왔다가 결국 세상을 뜨게 된다. 그리고 부모가 묻힌 이 곳에 같이 묻혔다. 꿈과 비전으로 부풀었던 10대를 보낸 언덕이지만 언더우드는 이 곳에 묻히길 바라지 않았다. 언더우드는 숨을 거두며 꺼져가는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남겼다. “내가, 내가, 거기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가 마지막까지 가고자 했던 곳은 ‘코리아’였다. 1999년 그의 유언을 따라 언더우드의 묘는 서울 양화진으로 옮겨 그의 아내와 아들, 며느리와 함께 나란히 묻혔다.



언더우드는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1867년 12살 때 가족과 함께 뉴더럼(노스 버건의 옛이름)으로 이주하게 된다. 이민자들의 관문이었던 뉴욕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족은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그로브 처치에 교인으로 적을 올리게 된다. 언더우드 생가는 현재 남아있지 않지만 교회에서 멀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타자기, 잉크 등을 개발한 과학자이기도 했던 아버지 존 언더우드는 영국에서 하던 잉크 제조 사업을 이 곳에서 이어갔다. 언더우드의 가족들이 모두 이 일에 매달렸지만 호러스만은 학업을 이어갔다. 아버지는 호러스가 어린 시절부터 선교와 목회의 꿈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여기에는 그로브 처치의 담임목사였던 윌리엄 캔 메이본 목사의 역할이 컸다. 메이본 목사는 언더우드의 남다른 꿈을 알아봤고 1877년 뉴욕대 입학시험을 준비할 때 개인지도를 아끼지 않았다. 뉴더럼에서 뉴욕대까지는 11킬로 미터. 언더우드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지유공원까지 걸어 내려와 배를 타고 허드슨강을 건너 다시 학교까지 걸어 통학했다.



언더우드가 본격적인 신학공부를 하며 선교사의 길을 다져나가기 시작한 뉴브런즈윅 신학교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신학교다. 1766년 칼뱅파의 분파인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신학교로 세워진 이 대학은 럿거스 대의 전신인 퀸즈 칼리지와 캠퍼스를 공유하다 이후 부지를 확보해 신학교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지금 신학교는 홀리 힐에서 내려와 총장 관저가 있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쓰고 있다. 이곳 세이지 도서관 2층에는 언더우드가 한국에서 선교단에 보낸 편지와 보고서 등 많은 자료들이 보관돼 있다. 언더우드가 가족들에게 15년 동안 보낸 편지도 후손이 기증해 남아있다. 이들 편지는 내년 초 책으로 엮어 출간될 예정이다. 도서관 입구에는 2011년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이 기증한 언더우드 흉상이 서 있다.



신학교 시절 언더우드는 복음을 전하는 일에 매우 열정적이었다. “코트자락을 휘날리며” 분주하게 거리를 오가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인식됐다. 특히 구세군과의 관계는 자주 회자된다. 보수적인 개혁교회 교인들은 당시 이 도시에 창설된 구세군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지만 언더우드는 이들과 자주 어울렸다. 브라스밴드와 함께 거리에 나서는 그를 주위에선 걱정스러워할 정도였다. 언더우드는 그들의 선교방식을 흥미롭게 여겼고 응원했다. 이는 그가 감리교단 및 타 교파와 손잡고 한국선교에 나선 초교파적 활동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어린 시절 언더우드는 인도를 다녀온 선교사의 영향으로 인도를 선교지로 품었다. 이는 뉴브론즈윅 신학교에서 목회를 위한 공부를 시작하면서 확고히 굳어졌다. 그러던 중 1882년 그는 일본선교사로 파견될 앨버트 올트만이 쓴 복음을 받지 못한 한국의 개방과 선교사의 필요성에 대한 논문을 접하게 된다. 이어 1883년 10월 하트포드에서 열린 신학교 선교사 연맹 총회에서 프린스턴 신학교 하지 교수로부터 ‘마지막 은둔의 나라’에 대한 얘기를 듣고 마음이 흔들린다. 인도와 한국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던 언더우드는 어느 날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네가 가는 게 어떻겠니”.



언더우드는 1884년 1월말에서 2월초 사이 개혁교회 해외선교위원회에 한국으로 임명해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새로운 선교지를 개척하기 위한 자원이 부족했던 해외선교위원회로부터 두 번이나 거절을 당하자 언더우드는 장로교선교위원회에 지원해 마침내 승낙을 얻어낸다. 1884년 10월 프린스턴대에서 열린 제5차 신학교간 선교사연맹 총회에서 언더우드는 ’한국의 선교사 호러스 언더우드‘로 회중에 소개된다. 이 자리에는 드류 신학교에 재학중인 아펜젤러도 있었다. 아펜젤러의 한국발령은 그 시점까지는 계류 상태였다. 두 선교사가 인천으로 향하는 같은 배에 오르기 전, 프린스턴대에서 첫 만남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해외선교로 유서깊은 뉴브런즈윅 신학교에 이번 가을학기부터 한국어 신학과정이 개설됐다. 이 학교가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강의를 히기는 200여년 역사상 처음이다. 이 한국어 연구과정을 개설한 김진홍 교수는 “언어우드의 비전은 선교의 토착화였다. 현지인에게 맞는 선교를 하자는 뜻에 따라 그 자신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초교파적으로 상호 협조하고 균형있는 선교를 이루어냈다.”며 “언더우드 정신은 21세기에도 비전을 제시한다. 나와 다른 사람을 끌어안고 복음을 전하는 것에 한국교회의 방향이 있다”고 말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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