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은 비운의 세자’라는 믿기지 않는 사실은 이미 사극으로, 책으로 숱하게 나왔지만 영화 ‘사도’와 최근 출간된 책들은 저마다 사도 세자를 조명하는 시각이 조금씩 다르다.
영화 ‘사도’가 정통성을 지니지 못했던 영조의 아들에 지나친 간섭과 완벽함을 요구한데 따른 사춘기 사도세자의 반항에 주목한 건 현재 시점에서 읽어낸 이준익감독의 메시지로 보인다.
최근 발간된 김상렬의 장편소설 ‘사도의 마지막 7일’(나남 펴냄)은 사도세자의 1인칭 시점으로 직접 서술함으로써 심리묘사에 집중했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것은 아흐레만이지만 소설은 이를 7일로 재구성했다.
“쾅, 세상의 문이 닫혔다. 아버님이 나를 정말 죽이실까? 아니야, 하고 나는 강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며, 반신반의한 사도세자의 첫째날 표정부터, “아, 어찌하여당신은 이다지도 비정하고 무자비할 수 있단 말인가.”(둘째날), “옆으로 길게 누워, 한쪽 귀를 바닥에 바짝 밀착시킨다. 땅 속에서 물 흘러가는 소리가 들린다.”(넷째날), “할바마마, 아비를 살려 주옵소서. 살려 주옵소서. 그런데 안 오다니, 그토록 울부짖던 내 아들이 아직껏 한 번도 내 곁으로 오지 않고 있다니!”(여섯째날) 부르짖으며, 절망이 깊어가는 사도세자의 심리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뒤주유폐는 “그 분노와 살의도, 증오도, 복수의 칼날도 끊어진 지 이미 오래, 오직 줄기차게 덤벼드는 건 졸음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알 수 없는 한 줄기 빛다발뿐,” 아득해지는 사도세자의 의식으로 끝맺는다.
소설은 그간 있었던 영조와의 갈등, 부인과 아들, 노론과 소론 등 과거 행적을 되짚어나가다 점점 지쳐가는 모습을 극적으로 그려냈다.
역사서 ‘영조와 사도’(김수지 지음, 인문서원 펴냄)는 영조의 시각으로 왕이자 한 아들의 아비인 영조의 두가지 면모를 세밀하게 살폈다.
지은이는 사도세자가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정치적 배경에는 “소론 포용 탕평책이 차츰 무너져간 것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영조가 추구한 탕평책은 결국 자신의 즉위에 반대했던 소론을 포용한 정책이었으며 소론이 무너지고 정세가 바뀜에 따라 “친소론의 홍보물로 이용되었던 사도세자는 영조 이후 차기 권력을 노론 일당 독재로 만들고 싶어 하던 정치세력들에게 자연스럽게 타도 대상이 되고 만다”.
결국 소론의 힘이 빠진 이후로는 강화된 왕권을 마음껏 누리는 데 소론은 걸림돌만 됐고 친소론 성향의 세자 역시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됐다는 것이다. 이를 알아챈 노론벽파는 부자지간을 더욱 이간질해 결국 영원히 갈라놓게 된다.
결론적으로 사도세자의 죽음은 필연적이었다. 탕평의 아이콘으로서 아들을 노론의 공격에 대한 총알받이로 활용했다는 점, 더 나아가 ‘자수성가한 왕’인 영조가 나이가 차츰 들면서 좋은 환경에서 자란 젊고 분방한 아들의 거침없는 면모를 질투했을 가능성도 지은이는 제기한다.
이 외에도 영화 ‘사도’ 개봉에 앞서 출간된 소설 ‘사도’와 역사서 ‘사도’, 역사소설 ‘사도-아저버지와 아들의 기억’ ,역사서 ‘버림받은 왕자, 사도’ , 역사서 ’사도,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등 다수가 출간 역사 붐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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