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대한민국, ‘한국사’찾아 나섰다...‘암살’‘사도’‘무한도전’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대한민국이 역사열풍에 휩싸였다. TV예능은 물론 영화와 책, 관광 등 문화콘텐츠 전반에서 역사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우리 것 제대로 알기 붐이 일고 있다. 광복70주년을 맞아 일고 있는 역사 열풍은 단순한 복고 취향이 아닌 국민의 자질로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들은 어려운 교과서적 역사이야기가 아닌 즐기면서 쉽게 이해하는 콘텐츠로 다양한 쟝르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 새롭다.

우리의 아픈 역사 찾기=지난 9월 12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는 ‘배달의 특집’ 마지막 회가 방영됐다. 멤버 하하와 서경덕 교수가 일본 ‘하시마섬’을 방문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 최근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하시마섬’은 1940년대에 한국인들이 지하 1000m의 탄광에서 최고 섭씨 45도의 지열과 굶주림의 고통 속에 강제 징역을 당했던 곳으로 ‘지옥섬’이자 ‘감옥섬’으로 불리기도 했다.

일본은 유네스코에 강제 징용 시기(1916년 이후)는 제외하고 1850년부터 1910년까지만 기재해 ‘하시마섬’의 세계 문화유산 등재 신청서를 작성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강제 징용 사실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으며, 일본 또한 강제 징용을 인정하기로 합의했으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자 당시 언급한 ‘포스트 투 워크(forced to work)’라는 표현은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을 바꿔 공분을 샀다.

하시마섬에 앞서 9월5일 방송에서는 유재석과 하하가 교토의 ‘우토로 마을’을 찾았다. 이 곳도 일제강점기 시절 군비행장 건설을 위해 강제 노역으로 끌려간 1300명의 한국인들이 모여 살던 부락으로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현재 ‘우토로 마을’에 살고 있는 150여명의 주민들은 강제 퇴거 명령으로 2년 뒤에는 이 공간마저 비워줘야 할 상황이어서 국민들의 안타까움이 컸다.


한국사 열기에 불을 붙인 건 1000만 관객을 단숨에 끌어들인 영화 ’암살‘. 1930년대 항일투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삼아 김구 김원봉 등 현대사의 실존 인물과 실제인물을 차용한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더했다. 나라를 구하고자 온몸을 던진 항일 애국투사들의 비장함에 국가를 다시 생각했다는 이들이 많다. 한국근현대사 뿐 아니라 조선왕조의 극적인 역사적 사건도 늘 관심거리.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적 관계를 그린 영화 ‘사도’ 역시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역사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7년부터는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는 등 국민들의 ‘한국사’관심은 더 커져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서점가에도 한국 역사서 붐이 일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출간된 한국 역사서는 약 500여종에 이른다. 인터파크도서에 따르면, 지난 8월 역사와문화 베스트셀러 10위 도서 중 9권이 한국사 관련 책일 정도로 관심이 쏠렸다. 최근 한달 한국사 관련 도서 판매량이 전월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사를 알기 쉽게 접근한 도서가 주목받고 있다. 웹툰을 바탕으로 조선사를 연대순으로 재구성한 역사교양만화 ‘조선왕조실톡’(변지민 지음∙YLAB기획, 이한해설)은 지난 주 역사와문화 베스트셀러 2위에 랭크되는 등 인터파크도서를 통해서만 2000여권이 판매되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 역사는 깊다1,2‘(전우용 지음∙푸른역사)도 해당 분야 베스트셀러 4위와 7위에 올라있다.

신간 도서 중 ‘숨겨진 역사’를 다루거나 익히 알고 있는 역사를 재조명하는 도서도 인기이다. ‘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김종성 지음∙역사의아침), ‘일본 양심의 탄생’(오구마 에이지 지음∙동아시아)와 ‘버림받은 왕자, 사도’(설민석 지음∙휴먼큐브), ‘한국사를 바꿀 14가지 거짓과 진실’(KBS역사추적 팀 지음∙지식파수꾼) 등이 판매량이 높다.

우리가 몰랐던, 그러나 꼭 기억해야 할 ‘우리의 역사’를 담은 도서=


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김종성 지음,역사의아침):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각 국가는 자신들이 부끄러워하는 역사적 사실은 축소하거나 왜곡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역사는 최대한 과장하여 기술한다. 과거의 역사적 사실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각 나라 간 분쟁의 중요한 명분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음을 고려할 때, 한중일 3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역사적 왜곡과 편견은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역사적 사실이기도 하다. 이 책은 각 나라의 역사 교과서를 분석하여 각국에서 가르치지 않는 역사적 사실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지나친 국수주의나 과도한 자기비하를 경계하고 있다.

당신이 알아야 할 한국사 10(서경덕/호사카 유지 등 지음,∙새로운현재):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과 한국사 분야별 전문가들이 명쾌하게 풀어낸 한국사 이슈 10가지를 담아낸 책이다. 독도, 일본군 ‘위안부’, 야스쿠니 신사, 약탈 문화재 반환, 독립운동 역사 등 10가지 키워드를 통해 한국사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하고 있다. 독도가 왜 우리나라 땅인지, 일본은 왜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동원을 부정하는지 등 첨예한 역사 문제들을 다양한 사진 자료와 명쾌한 서술로 풀어내고 있다.

일본 양심의 탄생(오구마 에이지 지음,동아시아):일본 시민운동의 아이콘이자 <사회를 바꾸려면>의 저자 오구마 에이지의 양심 고백서다. 저자는 자신의 아버지의 일생을 인터뷰하면서 민중사와 개인사적 서술을 통해 일본의 지난 20세기를 그려내고 있다. 일본군 출신의 72세 노인이 조선인 전우를 위해 법정에 서며, 위안부 전쟁 피해 보상 문제를 비롯하여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아버지의 인생 길목에 영향을 끼쳤던 국제 정세와 일본 위정자들의 정책, 당시의 산업구조적 배경까지 객관적으로 기술하며 일본 근현대의 영욕을 생생히 보여 준다.

▲일본제국 vs 자이니치(이범준 지음,북콤마):이 책은 아직 끝나지 않은 자이니치(재일, 在日, 일본 거주 외국인을 뜻하는 일본어) 70년 세월을 정면으로 다룬 자이니치 현대사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3년간 기획, 제작되었으며 역사적 성격을 고려해 녹음으로 남긴 인터뷰는 83시간 32분 46초에 육박한다. 훗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일본 현지를 샅샅이 살피며 발로 뛴 취재는 차별과 냉대 속에 오랜 시간 고통받아 온 자이니치들의 애환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자이니치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저자의 연민과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난, 의미 깊은 기록물이다.

/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