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동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쎄~‘
우리가 잘 아는 훈민정음 예의(例義)편의 내용이다. 세종이 쓴 이 글은 한글을 만든 이유를 담고 있다. 훈민정음은 한글의 이름이자, 책의 이름이기도 하다. 책으로서의 훈민정음은 세종이 지은 뜻을 담아 직접 쓴 예의편과 집현전 학자들이 훈민정음 제자원리와 사용법을 풀이한 해례(解例), 정인지의 서문 등 3부로 구성돼 있다. 정인지가 대표로 쓴 서문에는 1446년 9월 상순으로 발간일을 명시해 놓았다. 한글 창제에 학자 최만린이 여섯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새 글자는 풍속을 바꾸는 일이라 만들어선 안된다는 그의 주장은 어찌보면 세종의 한글창제의 뜻이기도 했다. 훈민정음은 흔히 언문으로 불렸다. 여자들이 주로 쓰는 글이라 해 암클, 중글이라 부르며 낮춰 불렀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 세종은 이를 널리 퍼트리기 위해 공식 문서를 한글로 쓰게 하고 훈민정음으로 과거시험을 치르기도 했으나 양반 자제나 유생들은 거의 없었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닿소리(자음) 홀소리(모음)의 순서는 지금과 다르다. 만든 원리에 따라 같은 소리를 내는 자모끼리 묶었다가 16세기 최세민이 ’훈몽자회‘를 통해 자모의 순서를 많이 쓰는 글자 순으로 바꿔 지금에 이른 것이다. 한글이 우리나라의 글자로 정식 지정된 것은 갑오개혁 이후의 일. 모든 칙령은 국문으로 본을 삼되, 한문을 덧붙여 번역하거나 국한문을 혼용할 수 있다고 정했다. 한글은 소리를 가장 정확하게 담아낼 뿐만 아니라 초성, 중성, 종성을 합쳐 하나의 음절을 만들기 때문에 네모골을 이뤄 가로와 세로쓰기 모두 잘 어울리며 시각적이다. 최근 한 대학가의 상점 간판에서 순우리말이 사라지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한글 고유어를 쓰는 곳이 10곳 중 1곳에 불과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