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에 알고 싶었던 낱말의 뜻이 3단계를 거쳐야 나오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단계를 더 추적해 들어가야한다.
또 다른 예로 ’호박무늬‘를 찾는다고 할 때, ’호박단의 무늬‘라고 뜻풀이가 나온다. ’호박단‘을 다시 찾아본다. ’호박단=태피터‘라고 풀이된다. 더 어렵다, ’태피터‘를 또 찾는다. 태피터:광택이 있는 얇은 평직 견직물. 여성복이나 양복 안감, 넥타이. 리본 따위를 만드는 데에 쓴다’고 나온다.
더 전문적이 돼 버렸다. 평직과 견직물을 또 찾아야 할지, 호박무늬라는게 도대체 뭔지 갈팡질팡하게 마련이다. 이쯤 되면 사전을 접고 만다.
이런 번거로움과 짜증을 누구나 한 두번은 겪게 마련이다. 증복을 피하기 위해서라 할 수 있지만 사용자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뜻풀이 과정이다.
서울 영남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박일환 교사가 쓴 ‘미친 국어사전’뿌리와이파리)은 황당한 국어사전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정확한 뜻풀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리송한 뜻풀이나 뜻풀이를 다시 찾아야 하는 과정이 수도 없이 반복된다.
박 교사가 알 수 없는 뜻풀이로 책에 소개한 것 중에 ‘엄지머리’를 보면 사전에는 ‘총각으로 늙는 사람이 하는 머리, 또는 그런 머리를 한 사람’이라고 설명돼 있다. 엄지머리는 어떻게 생긴 건지 전혀 설명이 돼 있지 않다.
또 다른 예.
지층은 ’알갱이의 크기ㆍ색ㆍ성분 따위가 서로 달라서 위아래의 퇴적암과 구분되는 퇴적암체‘라고 설명이 돼 있다. 지질학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으면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심지어 뜻풀이가 부정확하거나 틀린 것도 있다.
텔레마케팅의 경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컴퓨터 따위의 통신장치를 이용하여 상품이나 서비스의 주문을 받아 소비자에게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활동.‘원거리 판매’로 순화.‘라고 적혀 있다. 컴퓨터 따위의 통신장비 대신 전화를 이용한 판매행위라고 하는게 더 쉽게 다가온다. ’원거리 판매‘로 순화해야 한다는 말은 현실에서 전혀 맞지 않다.
킥복싱과 무예타이는 같은 말로 표기해 놓았지만 엄연히 다른 운동경기다. 목례와 눈인사도 마찬가지. 같은 말이라고 소개돼 있지만 실생활에서 보통 목례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하는 인사‘로 쓰인다. 눈인사와 다르다.
이런 잘못되거나 부정확한 뜻풀이는 숱하다.
박 교사는 “국립국어원이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은 허술함이 심각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부끄럽고 창피했다. 이토록 허술하고 오류투성이인 국어사전을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어사전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국어사전다운 국어사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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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