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관심을 끌 만한 일도 아닌데…”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3일 세종시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모중인 국립현대미술관장 최종후보 가운데 외국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3명 가운데 한 명이 외국인이라고 답하면서 한 말이다. 정부부처 국장급 자리 치고 연일 언론의 관심을 받기는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기관장 자리에 과연 외국인이 앉을 것인가가 관심사라 해도 글로벌 시대에 그게 그렇게 주목받을 일인지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외국인 미술관장 후보는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한 차례 미술관장 공모에서 적격자를 찾지 못한 장관이 외국인도 포함시키겠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미술계의 반론이 만만치 않다. 하나밖에 없는 국립미술관장 자리를 외국인에게 내주는 게 말이 되느냐부터 한국미술의 정체성과 소통 문제 거론까지 반대론자의 입장은 다양하다. 안민석 국회의원까지 나서 “국립미술관장에 외국인을 임명하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이는 미술관을 법정법인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돌아보면 국립미술관장 자리는 시끄럽지 않은 날이 없었던 듯하다. 특히 학연 등 자리 다툼이 심해 아예 기업 CEO 출신을 선임한 경우도 있다. 미술관장의 스타일에 따라 전시는 오락가락했고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전시도 많았다. 대중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은 국감 때마다 나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미술관장 대안은 미술계 일부에서도 공감대가 있다. 어찌 보면 글로벌 시대에 국립현대미술관의 역할은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 미술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판에 박인 전시형태에서 벗어날 수 있고 선진화된 시스템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얼키로 설킨 학연의 고리를 끊고 문화 수용자만을 고려한 전시가 가능하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삼성 같은 기업이 부러운 게 바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능력있는 사람을 기용하는 데 있다”고 지나가듯 말했다.
최종 후보 3인은 능력검증을 거쳐 11월 중순께 선임될 예정이다. 1년여 공백을 채우고도 남을 인물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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