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14년 1월 21일 『승정원일기』에는 영조와 어린 사도세자가 창덕궁 양정합에서 함께 하는 장면이 기록돼 있다. 신하들도 함께 한 자리였다.
이광좌 : 큰 소리로 시원하게 읽을 수 있겠지요?
(동궁이 나지막한 소리로 글을 읽었다.)
영조 : 동궁 소속 관원 한 사람이 나와서 글 읽는 것을 도우라.
영조 : (영조가 동궁에게 말했다) 네가 먼저 읽겠느냐?
(동궁이 대답하지 않았다.)
영조 : (웃음을 지으며) 글씨를 쓰겠느냐?
(동궁이 붓을 잡고 글자를 썼다.)
영조 : (웃음을 지으며) 글자 쓰는 건 어려워하지 않는데 글 읽는 건 몹시 싫증을 낸단 말이야.
이광좌 : 신이 사부로 있으니, 오늘 쓴 글씨를 받고 싶습니다.
영조 : 글씨 쓴 종이를 네 스승에게 갖다 드려라.
(동궁이 즉시 일어나서 이광좌에게 직접 주었다.)
이광좌 : 동궁이 일찌감치 온화한 모습을 갖추고 슬기로운 지혜를 이루었으니, 훗날 조금만 노력해도 크게 성취하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영조 : 맞는 말이다.
서명균 : 오늘날 동궁을 인도하는 방법으로 전하께서 솔선수범하시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전하께서는 평소 감정 조절을 잘 못하시는 점이 많으니, 우선 성상께서 돌이켜 살펴보시어 더욱 힘쓰시기를 바랍니다.
1783년 1월에 있었던 일이니, 사도세자가 이제 겨우 네 살이 됐을 때였다. 이때만 해도 여기 있었던 그 누구도 훗날의 비극적인 사건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고전번역원 번역위원 곽성연>